거미줄 골목에 연말마다 북적…홍대·명동·종로도 아슬아슬
월드컵 거리응원도 '주최 없음'
코로나로 3년간 큰 행사 없어
안전의식 떨어진 것도 문제
촘촘한 매뉴얼 조속히 마련을
◆ 이태원 대참사 / 안전불감증 한국 사회 ② 행사관리대책 '판' 다시 짜라 ◆
31일 매일경제신문이 이태원처럼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서도 골목이 좁은 홍대와 종로, 강남 일대 등을 돌아본 결과 사고를 유발할 위험 요소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날 오후 강남역 인근 술집 골목에는 각종 술병, 식당 쓰레기, 전동킥보드 등이 거리 곳곳을 차지하며 통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인기 있는 식당들이 몰린 한 골목에는 경사진 좁은 언덕에 긴 식당 대기줄 여러 개가 있어 사람과 오토바이가 충돌할 뻔한 상황도 연출됐다.
강남 지역이 이태원보다 상권이 넓어 대규모 인파가 밀집할 위험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이태원으로 분산됐던 인원이 앞으로 강남으로 더 몰리게 된다면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강남을 자주 찾는다는 박 모씨는 "강남도 곳곳에 경사진 좁은 골목이 있고, 지하 유흥시설이 많아 위험한 것 같다"면서 "좁은 공간에 수백 명이 몰리는 클럽 시설도 많아 압사 사고가 아니더라도 다치기 쉽고 화재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 인파가 주로 몰리는 홍대도 이태원보다는 비교적 지형이 트인 편이지만 주취자들의 안전사고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홍대입구역 8번 출구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사람이 가득 몰려 계단에서 낙상 사고가 벌어질 위험이 있다. 곳곳에 위치한 클럽 역시 대부분 지하에 위치해 술에 취한 사람들이 발을 헛짚으면 연쇄적으로 넘어질 가능성도 있다. 20대 후반인 박 모씨는 "홍대 클럽거리 인근에는 밤중에 신호를 지키지 않고 길을 건너는 행인들과 차량이 어지럽게 엇갈려 사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안전관리 매뉴얼 부재뿐만 아니라 부실한 시설물 관리가 사고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사람들이 다칠 우려가 큰 장소들에는 안전시설을 제대로 마련해야 하지만 시설 자체가 부족할뿐더러 낙후된 시설물 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준원 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교수는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될 경우 지자체와 경찰 등 유관기관이 안전관리 의무를 챙기도록 매뉴얼 관련 법령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미끄럽고 경사도 있는 곳 등은 평소에도 위험하기에 국격에 맞게끔 노후화된 시설물을 개선하는 등 안전설비 설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달 월드컵 길거리 응원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며, 매년 인파가 몰리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해돋이 등 대형 이벤트가 남아 있다는 점도 변수다. 그나마 지자체 등 행사 주최자가 있는 경우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라 안전관리가 이뤄지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처럼 자발적으로 군중이 모인 경우는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와 경찰 모두 이번 이태원 참사 사고가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였음을 실토하기도 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열린 '이태원 참사' 브리핑에서 "각종 행사, 축제 관리를 하면서 주최자가 있는 경우에도 사고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관련 규정과 매뉴얼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왔는데 주최자가 없는 행사의 경우 유례가 없는 상황이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지침이나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찰도 군중 밀집으로 인한 상황에 대한 대비가 여실히 부족했다.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경찰관 200여 명을 이태원에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사고 당일인 29일에도 현장에 137명을 배치했지만 업무 대부분은 마약·불법촬영·성범죄 단속이었고 안전대책은 전무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주최자가 없으니 어떤 안전관리가 필요한지 사전 체크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나은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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