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할만한 인파 아니다"…'참사 책임론' 부른 이상민의 해명
野 이상민 발언 지적…與 유승민, 파면까지 언급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154명의 젊은 목숨을 앗아간 이른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명 발언을 두고 여야 가질 것 없이 비판발언이 쏟아지면서, 행정당국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 태세다.
예년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라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말이 무색하게 현장에서는 통제가 안 될 정도의 인파가 몰렸다는 증언이 나왔으며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경찰의 안전계획 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속속 드러나는 행정당국의 안이한 대응…"통제 안 될 정도"
3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29일 사고 현장에는 통제가 안 될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에게 "(올해는) 통제가 안 될 정도로 이번엔 인파가 너무 많았다"고 설명했다.
최 서장은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며 "올해는 코로나가 풀리고 날씨도 따뜻해지고 하면서 (인파가 몰렸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앞서 이 장관이 지난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저희가 파악하기로 (이태원에)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며 "통상과 달리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해명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이 장관은 경찰 인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축제 참가자가) 8만명일 때도 있었고 이번에는 13만명 정도 되는데 이번에는 13만명 정도로 30% 정도 늘었다"라며 "경찰 인력도 130여명으로 40% 정도 증원됐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행정당국의 책임자로서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데 대한 사과의 뜻을 전하기보다 변명하기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 동안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던 이 장관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유감의 뜻을 표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제대로된 안전대책이 없었다. 용산경찰서는 이번 핼러윈 축제에 인파 약 10만명이 몰릴 것을 대비해 사고 이틀 전 '이태원 종합치안대책'을 발표했다. 31일까지 범죄 취약 장소에 경찰력 200명 이상을 배치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질서유지나 안전보다 범죄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이날 참사 현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질서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사람이 많으면 질서 유지가 포기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사태 수습 분위기 속 野, 책임론 거론…여권서도 '이상민 파면'
정치권에서는 이 장관의 발언을 두고 하루종일 질타가 이어진 가운데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책임론이 등장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여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금은 언행, 특히 말조심을 해야 한다"며 "지금 너무도 슬프고 참담한 심정인데 해당 장관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논란을 빚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김기현 의원 역시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장관 발언을 두고 "국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국민의 아픔에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그런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가는 왜 존재하냐"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당국은 '나는 책임이 없다' '할 만큼 했다' 이런 태도를 보여서 국민들을 분노하게 할 것이 아니라 낮은 자세로 '오로지 국민만을 위하고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다'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해야 될 것"이라며 이 장관을 겨냥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장관의 발언을 비판하며 "문득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이 떠오른다"며 "'비가 오지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거 같았다', '9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이 아닌 것이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이 더 그리운 날이다. 갑자기 2022년 대한민국이 도대체 왜 이렇게 참담하게 무기력해졌는지 모든 국민이 의문을 갖는 이 질문에 반드시 답을 찾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대책본부 전체회의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책임 규명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구체적으로 그런 말씀을 드릴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진상규명하고 원인을 분석해서 필요하다면 해야 하는 부분이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어 책임자 처벌을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 대상을 특정할만한 상황은 아직 아니다"면서도 "향후에 고발 등 사법처리가 필요할 정도의 책임자가 분명해지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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