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다신 이런 일 없길… " 행사 미루고 휴업하며 추모 한마음
이태원역에 추모 국화·메모 쌓여
상인들 100여 곳 점포닫고 조의
지자체·문화예술계도 애도 동참
일부기관은 음주·회식 자제 유도
31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는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엄숙한 분위기였다. 도시철도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는 밤사이 다녀간 시민들이 놓고 간 국화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출구 벽에는 “제 친구들을 포함한 모든 여러분 좋은 곳 가셔서 행복하세요” “고인들의 명복과 다치신 분들의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등 추모 문구를 적은 메모지가 붙어있었다.
대학생 A(20대) 씨는 “희생자 중에 아는 사람은 없지만 또래 친구들이 안타까운 일을 당해 너무 속상하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놀지 못하다가 이태원에 놀러 온 또래 희생자분들이 얼마나 즐거워했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국화를 조심스레 내려놓은 A 씨는 잠시 묵념하고 오전 수업을 듣기 위해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이태원 상인들도 추모에 동참했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는 30, 31일 이틀간 이태원로 주변 100여 개 업소가 문을 닫고 추모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태원로 가게 유리창 곳곳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 추모 문구와 함께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오전 11시께 이태원로 일대를 돌아보니, 문을 연 가게를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문을 연 가게 상인들도 골목 입구에 모여 얘기를 나누는 등 골목 전체가 무거운 분위기였다. 이태원에서 20년 동안 빵집을 운영한 이모(60대) 씨는 “우리 아들보다 어린 아이들이 생떼 같은 목숨을 잃어 부모들의 심정이 어떨지 착잡하다”고 말했다.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는 조문객을 받기 30분 전인 오전 10시부터 분향객의 행렬이 생겼다. 조문 시간이 임박하자 순식간에 40여 명의 조문객이 길게 줄을 섰다. 직장인 B(29) 씨는 “이번 사건이 더 끔찍했던 건 사고 후에도 현장에 남아 노래를 부르며 축제를 즐기는 일부 젊은이의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자 나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친구와 대화하고 있는 걸 자각하고 그 사람들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같은 20대로서 광기에 일부 기여한 죄책감에 조문을 오게 됐다”고 말했다. 혼자 분향소를 찾은 70대 어르신(여)은 “내 딸 같고, 손주 같아서 왔다. 좋은 데 갔길 빌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1일 서울광장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문 외에는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참사 수습에 주력했다.
부산시는 31일 오후 4시부터 부산시청사 1층 대강당 앞 로비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한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분향소는 매일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된다. 시는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안내 직원을 상시 배치해 분향과 헌화를 안내한다. 또 애도 분위기 조성을 위해 시 홈페이지에 근조 배너를 게시하고 추모 기간 각종 행사를 가급적 연기하는 등 범시민적 애도와 추모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박형준 시장은 이날 오후 5시 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이날까지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울산에서도 이날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가 울산시의회 1층 시민홀에 마련됐다. 분향소가 설치되자 곧바로 방문해 조문한 김두겸 시장은 “사고로 사망하신 분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며 “우리 사회에 이 같은 불행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온 국민이 마음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의회와 울주군의회 의원들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예정된 국외 연수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경남도는 오는 5일까지 전 시·군과 읍·면·동에 조기를 게양하고 경남도청에 이태원 사고 희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이날 오전 간부 공무원과 함께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예정된 일정을 축소하거나 취소해 애도 물결에 동참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오는 5일까지 모든 직원이 검은색 리본을 패용한다. 음주·회식을 자제하는 지침도 내렸다. 부산영상위원회는 SNS 게시물을 통해 희생자를 추모하는 포스팅을 게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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