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 없다”더니···‘주 64시간’ 특별연장근로 길 터준 노동부
고용노동부가 특별연장근로 사용일수 규제를 완화했다. “(노동시간 개편에)장시간 노동은 없다”는 이정식 장관의 말과 달리, 실질적으로 장시간 노동의 길을 터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연간 사용일수를 ‘최초 인가받은 일수’가 아닌 ‘실제 사용한 일수’로 계산하도록 절차를 바꾸겠다고 31일 밝혔다. 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사정이 생겼을 때 주 64시간 이내에서 연장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돌발상황 수습’ 또는 ‘업무량 폭증’을 사유로 1주 12시간, 1년에 90일까지로 사용이 제한돼 있다.
그동안은 사용자가 신청한 날짜만큼 특별연장근로를 시키지 않아도 ‘신청일수’를 기준으로 사용일수를 계산했다. 예를 들어 한 사업장이 2주(14일)의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해 인가받았는데 실제로는 7일만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용일수는 전체 14일로 인정된 것이다.
노동부는 위의 예시처럼 사용주가 인가받은 기간을 모두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인가기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했다. 즉 위의 사업장이 ‘14일을 인가받았으나 7일만 사용했다’며 사후에 인가기간 변경을 신청하면 실제로 사용한 7일만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이를 두고 “불합리한 측면을 개선한 합리화”했다고 했다.
노동부의 설명과 달리 노동계는 이 같은 조치가 장시간 노동을 합리화하는 식으로 변질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장관이 “장시간 노동은 없다”는 약속과 상반되는 정책을 계속 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노동부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 허용 시한을 2년 연장했다. 애초 주 52시간제 도입 당시 소규모 사업장의 적응을 고려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해준 조치였다.
노동부는 이날 해외 파견 건설노동자의 특별연장근로 인가기간도 90일에서 180일로 두 배 늘렸다. 노동부는 “해외 건설공사 현장은 국내와 비교해 환경과 여건이 다른 특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모래폭풍이나 동남아 우기 등 기후조건 때문에 집중적인 노동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조선업 특별연장근로도 지난 19일부터 180일로 늘어난 터다.
한국노총은 지난 27일 정부가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히자 “(정부의 방안은) 주 52시간제를 무력화시키고 사실상 초과근무를 합법화하는 것으로, 한국의 고질적인 ‘저임금-장시간 노동’으로 회귀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정부는 과연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과 일터에서의 노동자 생명·안전 확보에 관심이 있는가”라고 했다.
노동부는 이날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실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해 건강보호조치 이행여부 등을 면밀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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