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픔으로 보듬는 위로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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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재난으로 가족 상실의 아픔을 먼저 겪은 세월호 등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비통함을 보듬으며,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
31일 오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재단, 4·16연대 소속 유가족 등 27명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 마련된 임시 추모공간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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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사회적 재난으로 가족 상실의 아픔을 먼저 겪은 세월호 등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비통함을 보듬으며,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들은 애도의 뜻을 전하고 희생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비판하면서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31일 오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재단, 4·16연대 소속 유가족 등 27명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 마련된 임시 추모공간을 찾았다. 이들은 묵념과 함께 간략한 추모의식을 끝낸 뒤 참담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세월호 유가족 중 일부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노란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찾은 세월호 유가족 최순화(57)씨는 “일방통행만 잘됐어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지. 슬픔을 넘어 열불이 난다”고 했다.
김종기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갑작스러운 비보로 고통에 잠겨 있을 유가족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같은 아픔을 먼저 겪은 아빠로서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참사를 끝으로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8년 넘게 싸워왔는데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상황에서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대비하면 막을 수 있던 인재”라고 지적했다.
앞서 세월호 단체들은 지난 30일 공동 입장문을 내어 “모든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 참사를 대하고, 그분들의 고통에 함께 애통해하며, 그분들이 원하는 수습과 지원, 치유, 진상 및 책임의 규명,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되도록 하는 데 함께하겠다”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 장동원 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지금은 애도와 장례 지원이 우선”이라며 “향후 원인 규명, 심리적 치유 등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1999년 10월30일 중고생 52명을 포함해 57명이 숨진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의 이재원 유족회장은 “아이들이 참사 장소에 간 것이 잘못도 아니고, 아이들이 숨진 게 부모의 잘못이 아니다. 가족들이 죄책감을 가지고 살지 말았으면 한다”고 위로했다.
희생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1995년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생존자이자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의 저자 이선민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멀쩡한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다가 혹은 친구들과 축제를 즐기려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며 “피해자와 가족분께 어떤 말이라고 위로가 되겠냐. 하지만 이 말만은 하고 싶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위로했다.
전명선 4·16민주시민교육원장은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교육적, 사회적, 국가적 책임에 대한 거대한 질문을 던졌고, 답을 찾기 위해 민주시민의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며 “학생뿐만 아니라 시민을 대상으로 사회적 참사를 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한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하 오연서 이승욱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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