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빅6 모두 좌파정권… 심상치 않은 미국 ‘뒷마당’

유태영 2022. 10. 3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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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대국 브라질에서 다시 좌파 정권이 집권하면서 중남미의 거센 분홍 물결(Pink Tide)이 최고조에 올랐다.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에서 좌파 정권이 득세하던 상황에서 신흥경제대국 블록인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핵심 브라질 정부도 좌파로 넘어가면서 국제사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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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대국 브라질 룰라 재집권
멕시코 등 좌파블록 주도 전망
美·中 경제패권 대립 격화 속에
‘브릭스’ 親中색채 더 짙어질 듯
美·佛 “당선 축하… 힘 모으자” 손짓
남미 대국 브라질에서 다시 좌파 정권이 집권하면서 중남미의 거센 분홍 물결(Pink Tide)이 최고조에 올랐다.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에서 좌파 정권이 득세하던 상황에서 신흥경제대국 블록인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핵심 브라질 정부도 좌파로 넘어가면서 국제사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주먹 쥔 룰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이 30일(현지시간) 대선 승리 확정 후 상파울루에서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불끈 쥔 주먹을 들어 올린 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상파울루=EPA연합뉴스
중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가 30일(현지시간) 실시된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것은 중남미 제2차 분홍 물결의 완성을 의미한다. 앞서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등에서 잇달아 좌파 정부가 탄생한 뒤 지난 6월 콜롬비아에서도 사상 첫 좌파 대통령이 선출됐다. 중남미의 빅6라 불리는 이들 국가에서 좌파가 동시에 집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극우 포퓰리스트)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은 이웃 좌파 정부들을 맹비난하며 관계를 냉각시켰는데 룰라의 승리로 좌파의 중심축이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브라질은 국토 면적 세계 5위, 인구 세계 7위, 경제규모 세계 12위 대국이고 룰라가 과거 8년간의 집권 경험으로 좌파 블록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중 대립이 격화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과 브라질 관계는 룰라 정부 시절이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회복에 신흥국가 역할이 강조되던 상황에서 브릭스를 매개로 급속히 접근했다. 미국으로선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뒷마당을 지키기 위해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브릭스의 친중 성향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과 중남미, 카리브해 국가와의 교역은 2000년 100억달러(약 14조2080억원)에서 지난해 4510억달러(약 640조7808억원)로 대폭 늘었다. 중국은 에콰도르, 우루과이, 파나마, 콜롬비아, 니카라과 5개국과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005년 칠레를 시작으로 코스타리카, 페루와 관세를 낮추고 핵심 분야에 대한 상대국의 투자를 개방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을 잇달아 체결한 바 있다.
2000년을 전후한 1차 분홍 물결 당시와는 달리 중남미 좌파 정권이 보다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경제위기를 헤쳐나가려면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차 분홍 물결 때는 우고 차베스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풍부한 석유자원을 무기로 좌파 진영을 이끌며 미국과의 대립을 마다하지 않았다.

미국 등 서방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를 중단할 것이라는 측면에선 신정권의 탄생을 환영하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룰라가) 자유롭고 공정하고 믿을 만한 선거를 거쳐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이 부정선거나 선거불복을 외치며 2020년 미국 대선 직후 혼란상이 브라질에서 재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에 새 장이 열렸다”며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여러 공통된 도전에 대응하고 우정의 연대를 새롭게 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태영 기자, 워싱턴·베이징=박영준·이귀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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