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작점의 국가부도, 탈세계화 시작점에선?

한겨레 2022. 10. 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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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중앙위원회를 대표해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숨&결] 한지원 | 연구활동가·작가

한국 경제의 기둥이라 할 제조업 공장에 가보면 중국의 존재는 가히 절대적이다. 웬만한 기업은 중국에 공장이 있다. 심지어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해도 중간 공정은 중국에서 하고, 마지막 공정만 한국에서 거친 제품이 많다. 최근에는 한국에 있는 중국 소유 기업도 많이 늘었다. 어디까지가 한국산이고 어디까지가 중국산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무역으로 30년간 큰 이득을 얻었다. 수출이 한국 경제성장의 절반을 책임지는데, 그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향한다. 중국의 세계화가 한국 경제의 부스터였다.

이런 중국이 변하고 있다. 1인 독재체제를 굳힌 시진핑 때문이다. 그가 강조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정치경제학에서 ‘국가자본주의’라고 부르는 것으로, 정부 소유 자본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독점하고, 민간 자본을 시장 안팎에서 통제하는 체제다. 이는 민간의 무역과 금융거래 규칙에 기반을 두는 현 세계화 질서와 충돌한다. 더군다나 시진핑은 중국 체제에 친화적인 국가들을 새로운 경제 블록으로 조직하고 있다. 이미 그의 집권 10년간 상당히 진척됐다. 세계화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이나, 세계화 규칙에 합의한 서유럽 나라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행보다. 몇년 전부터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있다. 한쪽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경쟁이란 뜻이다.

좋든 싫든, 세계화는 미국이 주도해 만든 탈냉전 질서다. 세계화 훈풍을 타고 개혁·개방을 통해 주요 2개국(G2)으로 성장한 중국이지만, 이제 방향을 급선회하려 한다. 미-중 갈등은 커지고 세계화는 퇴조할 것이다. 한국의 제조업에도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세계화가 가속할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따져보고, 그 반대 상황을 예측해보자.

2000년대 전후 한국 제조업은 ‘공동화’라 불리는 격변을 겪었다. 중국과의 인건비 경쟁에서 패배한 업체들이 파산했고,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한 업체에서는 노동자가 대량으로 해고됐다. 그 당시 경북 구미나 인천 남동구에 가보면, 택시기사 둘 중 한명은 제조업체에서 해고된 노동자였을 정도다. 물론 반대 상황도 있었다. 중국 수출이 대폭 증가한 대기업과 그 하청기업에서는 설비투자와 고용이 증가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국과의 무역 확대는 결과적으로 고용을 증가시켰다.

그러면, 탈세계화 흐름으로 한·중 제조업 네트워크가 약화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중국 수출로 고용을 확대했던 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6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무역보복을 떠올려보면 상상이 될 것이다. 롯데, 삼성, 현대차 같은 대기업까지 휘청거릴 정도로 타격이 컸다. 미-중 갈등이 첨예해질수록 한국 경제는 하방 압력을 받는다.

중국 탓에 감소했던 국내 일자리가 회복되면 경제침체가 다소 완화될 수는 있다. 예로 미국은 “미국에서 팔려면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정책으로 중국 공장을 국내로 회귀시키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국내 시장이 작아서 저런 정책이 통하지 않는다. 중국의 저임금 이득을 상쇄할 만큼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올라야 중국에서 떠나는 공장이 베트남이 아니라 한국으로 향할 것이다. 다만,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자본투자, 숙련 향상, 유연성 심화, 사회안전망 강화 등이 필요한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 어려워서다. 십수년간 실패하다 보니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연구자들조차 자포자기 상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까지 냉전 이후 세계화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그 결과 국가부도 사태를 맞이했다. 현재는 상황이 반대다. 탈세계화 시대다. 세계화 시대 중심 중 하나가 중국이었듯, 탈세계화 시대 한복판에도 중국이 있다. 미국은 이미 초당적 합의를 모아 대응 중이다. 하지만 중국 바로 옆에 있는 한국에서는 위기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세계화의 변곡점에서 또 한번 큰 위기를 겪는 건 아닌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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