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스타들 ‘찐야구’로 예능 홈런

이복진 2022. 10. 31. 18: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JTBC ‘최강야구’ 인기몰이
박용택·심수창 등 은퇴 선수 주축
수준 높은 상대팀과 짜릿한 대결
장시원 PD “스포츠 리얼리티 표방”
‘야알못’ 일반인도 흥미 사로잡아
“예능이지만 실제 경기·과감한 편집
지루함 대신 스포츠 묘미 잘 살려”
지난 17일 방송된 JTBC ‘최강야구’, 은퇴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최강 몬스터즈와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의 경기. 3회 초 미라클 공격 1아웃 주자 1, 3루인 상황이다. 몬스터즈 마운드에는 지난 4월 30일 은퇴한 키움 히어로즈 출신 오주원이 섰다. 이날 잠시 자리를 비운 김선우 해설위원 대타로 처음 출연한 송재우 해설위원은 몬스터즈와 미라클 경기를 보며 감탄사를 터트린다. “제가 실제로 와서 (최강야구) 중계하는 건 처음이잖아요. (양팀 모두) 이렇게 진지해도 됩니까? 방송을 봤을 때보다 더하네요.” 이에 정용검 캐스터는 “그러니까 저희는 이게 예능이 아니에요”라고 답한다.

곧 이어진 경기에서 미라클 1루 주자의 도루를 태그업하던 중 LG 트윈스 출신 정근우가 갑자기 홈으로 공을 던져 도루 중이던 3루 주자를 홈에서 잡는다. 미라클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고, 심판진 판독 결과 아웃이 확정된다. 하지만 미라클 감독은 다시 항의했고, 이에 이승엽 감독을 비롯한 몬스터즈 선수들은 감독 퇴장을 요구하며 분위기가 심각해진다. 주심은 미라클 감독을 퇴장시키지 않았지만, 송 해설위원은 “프로야구에서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 결과를 내렸는데 감독이 또 항의하면 퇴장한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진지하고 심각한 분위기에 제작진은 ‘최강야구 프로그램 분류 : 예능’이라는 자막을 달며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최근 야구팬은 물론이고 야구에 대해 조금이라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최강야구’가 화제다. 야구 문외한도 이 프로그램으로 야구가 주는 재미를 접하고 있다. ‘최강야구’는 요즘 방송 트렌드 중 하나인 스포츠 예능 중 하나인데, ‘야구’를 주요 소재로 지난 6월 6일 첫 방송했다. 이승엽을 감독으로 박용택, 정성훈, 정근우, 심수창, 유희관 등 은퇴 선수가 주축을 이룬다. 여기에 류현인, 윤준호, 최수현, 한경빈 등 대학야구단이나 독립야구단에서 활약 중인 ‘영건’이 참여하고 있다.

구단주는 장시원 PD. 장 PD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나 관심을 끌었던 ‘낚시’를 예능과 엮어 일약 채널A 중추 프로그램이 된 ‘도시어부’를 만든 사람이다. 그는 ‘어느 군대가 더 강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강철부대’를 연출한 PD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JTBC로 둥지를 옮기면서 첫 제작한 프로그램이 ‘최강야구’. 이미 낚시와 군대라는 소재로 대박을 터트린 바 있어, 이번 ‘최강야구’에서도 히트할지 관심이 쏠렸다.

지난 24일 20회 방송을 기준으로 현재 기록은 ‘중박 이상’. 야구에 관심이 없었던 일반인에게 야구의 묘미와 승부사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야구팬에게는 이미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지난 8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직관으로 열린 18세 이하(U-18) 야구 대표팀과 몬스터즈 경기는 1차 티켓 5000여장이 1분 만에 매진됐다. 제작진은 추가로 티켓을 오픈해야 했다. 결국 최대 수용 관중 수 1만6200명인 스카이돔에는 1만6000여명이 입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올 시즌 고척스카이돔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JTBC ‘최강야구’가 야구팬은 물론이고 야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도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사진은 최강 몬스터즈 단원으로 야구 경기 중인 선수들 모습. JTBC 제공
‘최강야구’가 이렇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예능이지만 예능이 아닌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강야구’의 가장 큰 매력은 선수들이 실제 경기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강야구’는 비록 은퇴했지만, 실제 프로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다시 야구를 한다. 상대방도 어설프지 않다. 방송 초반 고등학교 야구단을 대상으로 경기를 진행했다가 최근에는 대학야구단, 독립야구단까지 확장됐다. 상대팀 실력이 올라간 만큼 경기는 더욱 긴박감을 보여준다.

여기에 제작진 편집도 한몫하고 있다. 통상 프로야구 경기 시간은 3∼4시간.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도 다소 길게 느낄 수 있으며, 경기에 극적인 장면이 없다면 지루함도 준다. 제작진은 이러한 부분을 과감히 편집해 1시간40여분으로 줄였다. 승부의 정수만 담아낸 것. 김 평론가는 “‘최강야구’는 실제 경기장에서 대결을 펼치고 관중도 참관하며 최대한 제작진의 개입을 자제하면서 스포츠 특유의 묘미를 살리고 있다”며 “그런 가운데 방송이라는 점을 살려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편집해 시청자의 편의도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스포츠를 예능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리얼리티’를 표방하고 이를 실천하는 게 ‘최강야구’의 강점인 셈이다. 장 PD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도시어부’나 ‘강철부대’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는데, ‘최강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진짜 야구를 할 거라고 했다”고 말하며 이러한 특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