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초당적 협력` 오늘은 `정부 책임론`… 이재명의 양면전략

김세희 2022. 10. 3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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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이태원 핼러윈 대참사' 직후 약속한 초당적인 협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초당적 협력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한쪽에선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본격 거론하고 나섰다.

전임 원내대표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여야 정치인들을 향해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서 어떤 정치적 유불리를 판단하지 말고, 위로와 사고 수습을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한다"며 "누구도 타인의 죽음을 정치투쟁의 에너지로 소비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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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당국 책임없다는 태도 분노"
"수습 최선 다해야" 책임론 제기
정진석 "지금은 추궁 아닌 추모"
안전인프라 구축 예산편성 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직자들이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진석 국민?ㅁ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관계자들이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이태원 핼러윈 대참사' 직후 약속한 초당적인 협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하루 만에 정쟁 본색을 드러냈다. 이태원 압사사고로 사망자가 154명이나 되고 경제도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당리당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초당적 협력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한쪽에선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본격 거론하고 나섰다. 협력을 다짐하면서도 공격 가능성을 열어놓는 일종의 양면전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당국도 '나는 책임이 없다, 할 만큼 했다'는 태도를 보여서 국민을 분노하게 할 게 아니라 낮은 자세로 오직 국민만을 위하고,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다'란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후 책임론 공세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일방통행 조치만 있었어도, 안전요원을 배치만 했어도, 인파 흐름을 모니터링만 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며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막지 못한 대형 참사이고 인재였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지역 축제 개최 시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그 밖의 안전관리에 대한 필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고 거듭 책임론을 제기했다.

여당도 조용한 수습과는 거리가 있는 예산안 전면 조정을 들고 나오는 등 사후 약방문 성격의 호들갑을 떨기는 마찬가지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고 민주당의 책임론을 반박했다. 이어 "이번 11월 예산국회에서 국가사회안전망을 전면 재점검할 것"이라며 "안전 인프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찾아내고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사전 안전대책에 초점을 맞췄어야 할 여권이 뒤늦게 사고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예산을 들고 나온 것이다.

당내서도 반론이 나온다. 현 시점에선 사고에 대한 원인을 분석한 뒤, 추후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임 원내대표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여야 정치인들을 향해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서 어떤 정치적 유불리를 판단하지 말고, 위로와 사고 수습을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한다"며 "누구도 타인의 죽음을 정치투쟁의 에너지로 소비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이런 움직임은 민심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으로 국민은 충격에 빠져있다.

여기에 태풍 힌남도 침수 피해와 반도체 업황 부진 등으로 경기도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줄어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생산은 전월보다 0.6%, 소비는 1.8%, 투자는 2.4%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당리당략 등 정치적 접근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사고 수습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세희·권준영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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