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잘못이 아닙니다”… 이태원 참사 추모 물결 확산

나주예 2022. 10. 3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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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너무 많이 미안합니다."

직장인 김은지(23)씨는 31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추모를 마친 뒤 한동안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서울광장과 서울 25개 자치구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추모한 시민들은 각각 4,038명과 5,339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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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이태원 등 찾아 안전사회 기원
"아들딸 먼저 보낸 부모 심정 어떻겠나"
"흩뿌려진 못다 핀 꽃잎들에 미안할 뿐"
온라인에도 '프레이 포 이태원' 등 퍼져
한 학생이 31일 오전 서울시청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를 위한 합동 분향소를 찾아 헌화를 마친 뒤 퇴장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주연 기자

"여러분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너무 많이 미안합니다."

직장인 김은지(23)씨는 31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추모를 마친 뒤 한동안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김씨는 사고 당일 불과 몇 시간 차이로 이태원역을 벗어나 '운 좋게' 살아남았다. 그는 "핼러윈은 세계적 축제인데 '왜 거기 가서 변을 당했느냐'며 피해자를 탓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제 겨우 20대 초반인데 뭘 잘못했다고 이런 변을 당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4명의 넋을 기리는 추모 물결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민들은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분향소를 직접 찾아 슬픔을 함께 나눴다.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만난 권영활(68)씨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하루 종일 눈물을 흘렸다"며 "앞으로 제도가 잘 정비돼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경기 김포시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 공간을 찾은 김모(55)씨도 "어린 것들이 내 아들딸 같다는 생각에 1시간 동안 머물렀다"며 "자식을 하나둘만 키우는 시대에 먼저 아이를 보낸 부모 심정은 어떻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현장 인근인 이태원역 1번 출구와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공원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메시지가 빼곡하게 붙었다. 일부 추모객은 메시지를 일일이 읽어가며 한참을 머물렀다. 포스트잇에는 '젊은 친구들 못다 이룬 꿈 하늘에선 마음껏 펼치길 바랍니다' '흩뿌려진 못다 핀 꽃잎들에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등 애도하는 글들이 적혀 있었다.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다는 것으로 변고를 당하실 수 없습니다' '생명과 안전이 제대로 보장되는 사회'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애쓰겠습니다' 등 재발 방지와 안전한 사회를 기원하는 메시지도 눈에 들어왔다.

온라인상에서 번지고 있는 'Pray for Itaewon' 포스터. 독자 제공

합동 분향소에는 각계각층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0분쯤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묵념했다. 윤 대통령 조문에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대통령실 수석 및 참모진이 동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오전 10시 15분쯤 한덕수 국무총리,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오 시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방명록에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서울광장과 서울 25개 자치구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추모한 시민들은 각각 4,038명과 5,339명으로 집계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프레이 포 이태원(PRAY FOR ITAEWON)' 문구를 넣은 포스트가 제작돼 퍼져 나갔다. 시민들은 '#PrayforItaewon' 해시태그를 달고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날 하루 인스타그램에 이태원 추모 관련 게시글은 1,000여 건에 달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한 '검은 리본 달기'에 누리꾼들의 동참이 잇따랐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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