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지금은 함께 아파할 때"…눈물의 합동분향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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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시청 앞 광장과 녹사평역 앞에 각각 마련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에는 온종일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추모객들은 국화꽃으로 가득 찬 분향소 앞에서 헌화하고 묵념하며 불의의 사고로 짧은 생을 마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참사의 원인을 희생자들 탓으로 돌리는 일각의 목소리에 우려를 제기하는 추모객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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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이라도 더 살렸어야 했는데"…기성세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이승연 설하은 김준태 기자 = "(피해자가) 나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31일 서울시청 앞 광장과 녹사평역 앞에 각각 마련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에는 온종일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추모객들은 국화꽃으로 가득 찬 분향소 앞에서 헌화하고 묵념하며 불의의 사고로 짧은 생을 마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고개를 떨군 채 한참을 흐느끼다 간 이들도 있었다.
광주에서 왔다는 대학원생 정원우(25) 씨는 "나와는 특별한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불의의 사고로 소중한 생명이 갑자기 꺼져 너무 슬프다"며 굵은 눈물을 흘렸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에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주지 못한 미안함을 털어놨다.
침통한 표정의 이혜령(44), 박영모(46) 부부는 "그동안 청년들이 함께 놀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안 그래도 힘든 사회를 살아가는 그들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며 "우리 같은 사람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되면서 추모객은 더 늘었다. 4명씩 맞춰 선 줄이 길게 늘어져 한때 100명 안팎의 시민이 분향소 대기 공간에서 추모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
정순택 대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는 "희생자·부상자분들의 회복을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할 때"라며 "지금은 직접 아픔을 겪은 가족의 마음으로 함께 아파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했다.
참사 현장 인근인 녹사평역 앞 합동분향소에도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태원 주민 김성옥(74) 씨는 헌화하며 줄곧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김씨는 "사고 당일 직접 현장도 갔었다. 희생된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 꽃다운 나이에…"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고정미(30) 씨는 "나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며 "아깝게 떠난 새파란 청춘에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느냐. 이렇게 기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날 마련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공간에는 이날도 무겁고 침통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참사 당일 현장을 목격한 권수인(19) 씨는 한참을 흐느꼈다. 그는 "나도 조금만 늦었다면 참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희생자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 추모객은 154송이의 국화꽃을 헌화하고 갔다. 그는 함께 남긴 쪽지에 "그때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려 이 거리에 온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젊은이들에게 닥친 불의의 사고에 마음이 미어진다"고 적었다.
"한 분이라도 더 살렸어야 했는데 죄송할 뿐입니다", "용기가 없어서 못 도와드렸습니다"와 같은 안타까운 생존자들의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현장을 찾아 애도했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같은 아픔을 먼저 겪은 아빠로서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며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대비하면 막을 수 있던 인재"라고 안타까워했다.
참사의 원인을 희생자들 탓으로 돌리는 일각의 목소리에 우려를 제기하는 추모객도 눈에 띄었다.
구본영(48) 씨는 "아이들은 그냥 좀 즐기러 나왔을 뿐인데 그걸 탓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우리는 (젊을 때) 안 놀았었나. 젊은 날 이 거리에서 함께 즐겨보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될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결국 안전을 미리 챙기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했다.
취업준비생 박유선(25) 씨 역시 "젊은 친구들은 놀러 나간 것이지, 죽으러 나간 것이 아니다. 그런데 온라인을 보면 고인에 대한 모독과 원색적 비난이 너무 심한 것 같다"고 유감을 표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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