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추모의 시간' 맞은 여의도…'정쟁 일정' 올스톱(종합)
행안장관 발언 논란에 野서 '정부 책임론'도…'추모 정국' 향배 주목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김철선 기자 = '이태원 압사 참사' 이틀째인 31일 정치권의 '추모 시간'은 계속됐다.
사고 수습과 유가족 위로가 최우선이라는 공감대에 정쟁성 발언은 자취를 감췄고, '초당적 협력' 구호가 잇따랐다.
여야는 우선 내달 3일로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를 닷새 뒤인 8일로 연기했다.
대통령실 국감에서 각종 쟁점을 놓고 여야의 극심한 충돌이 예상되는 만큼 국가 애도 기간 이후로 일정을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연이틀 비상대책위 회의를 열어 사고 수습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희생자 애도의 뜻으로 검정 정장 차림을 했고, 가슴에는 조의 표식을 달았다. 회의장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습과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뒷걸개도 걸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정부의 사고수습과 치유대책에 전적으로 협조하기로 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회의 후 곧장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정 위원장은 방명록에 "못다 핀 꽃잎처럼 떠난 젊은이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올린다.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철저히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정치 활동'을 자제해달라는 지도부 지침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 토론회·세미나 등은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의원들은 SNS에 추모의 글을 줄지어 남겼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일체의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안타깝게 희생된 154명의 넋을 위로하는 사고 수습에 협력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오전 국회 최고위 회의를 마치고 곧바로 이태원 인근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로 향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회의에서 "현재로서는 일단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할 때"라며 "민주당도 국민의 위임을 받은 공당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완벽하게 지켜내지 못한 책임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했다.
제1야당이자 다수당으로서 책임을 정부·여당과 함께 지겠다는 발언으로 읽혔다.
지도부 전원은 검은색 양복 차림에 가슴 왼편에 '추모' 리본을 달았다. 회의 시작 전엔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예정했던 당내 '김진태발(發) 경제위기 진상조사단'의 강원도청 방문, 대통령실 앞 1인 시위 등 정치 공세성으로 비칠 수 있는 일정을 대부분 취소했다.
이정미 신임 대표 등 정의당 지도부도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을 놓고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와 향후 '추모 정국' 향배가 주목된다.
이 장관은 전날 합동 브리핑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 몰린 것 아니었다"고 했고, 이날은 "경찰·소방 대응이 사고 원인인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장관의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이 장관은 마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예년만큼만 대응했더라도 막을 수 있었다. 용산구청·서울시·경찰이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박찬대 최고위원), "확실하게 대책을 세울 수 있었는데 못세웠다는 점에서 인재로 봐야 한다"(우상호 의원) 등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는 발언들도 잇따랐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보도자료에서 "'주최 측이 없었다'거나 '경찰력 통제 여부와 무관하다', '당일 광화문 집회 때문에 경찰력이 분산됐다'는 식의 정부 발표는 유가족과 국민에게 두 번의 상처를 입히는 것"이라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면피용 발표에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여야가 내달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열어 정부로부터 사고 관련 현안 보고를 청취하기로 한 만큼 이 장관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다만 "이 장관에 대한 불만이 크지만 내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이 장관에게 질타성 질의는 자제할 것"이라며 "최소 인원만 참석해 현안 보고를 들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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