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 확정되는 폴란드 민간 원전 청사진…”전체 수주액 30조원” 전망도

윤희훈 기자 2022. 10. 3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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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I 체결로 향후 사업 파트너 지위 확보
퐁트누프 프로젝트 기본 계획 연내 확정
내년 타당성 조사 이후 바로 사업 진행 전망
산업차관 “정부 프로젝트와 비슷한 시기 착공…더 빠를 수도”

폴란드 정부가 추진하는 첫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 경쟁에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에 밀리며 고배를 마셨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민간이 주도하는 ‘퐁트누프 프로젝트’에선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LOI 체결이 곧바로 원전 건설 수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 준비 과정에서 최우선 파트너가 된다는 점에서 향후 수주 전망을 밝게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폴란드 정부 측이 공언하는 대로 퐁트누프 프로젝트가 최대 3GW로 확정될 경우 전체 수주액은 최소 10조원에서 최대 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에 한수원과 폴란드 전력공사(PGE)와 폴란드의 민간 발전사 ‘제팍’(ZE PAK)이 LOI를 체결한 ‘퐁트누프 원전 프로젝트’는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폴란드 정부가 발주한 ‘루비아토브-코팔리노(Lubiatowo-Kopalino) 원전 프로젝트’는 6~9GW(기가와트) 규모로 1기가급 이상 가압경수로 6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라고 명확한 그림이 나온 것과 대비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폴란드 국유재산부가 퐁트누프 지역 원전 개발 계획 수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31일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협력의향서를 교환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주호 한수원 사장, 피오르트 보츠니 제팍 사장, 이창양 산업부 장관,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 지그문트 솔라즈 제팍 회장, 보이치에흐 동브로프스키 폴란드전력공사 사장. /연합뉴스

◇ 폴란드, 원전 건설 계획 9 → 12GW로 확대…새 일감은 韓에

27일 한수원과 폴란드 폴란드 전력공사(PGE)와 민간 발전사인 제팍(ZE PAK) 등이 체결한 LOI는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의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원전 개발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팍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서쪽으로 240km 떨어진 퐁트누프에 갈탄 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제팍은 이 발전소를 2024년까지만 운영하고, 이후 해당 부지에 원전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퐁트누프 프로젝트를 통해서 폴란드 정부는 당초 원전을 6~9GW급 규모로 구상을 했다가 최근 최대 12GW급으로 계획을 확대 수정했다. 폴란드 정부는 이에 대해 “정부 주도의 원전 계획을 보완하기 위해 신규로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러시아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에너지 체제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원전 건설 계획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폴란드 정부가 추진한 원전 프로젝트에 대해선 한국과 미국, 프랑스가 입찰을 제안했고,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로 확정됐다”면서 “폴란드는 정부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민간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한국과 하겠다고 내부적으로 결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퐁트누프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규모와 건설 계획은 올 연말까지 한수원과 폴란드 측이 함께 부지 조사 등을 진행한 다음에야 확정될 전망이다. 이후로도 정부의 타당성 조사 등 1년여의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타당성 조사 등 준비 과정에서 프로젝트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정부 내에서는 원전 수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원전 1기당 건설비를 5조~7조원으로 추산하면 전체 수주액은 최소 10조원에서 최대 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2009년 당시 UAE 원전 4호기 수주액은 총 186억달러로 당시 환율 기준 21조원이었다.

박 차관은 “퐁트누프 프로젝트는 추후 입찰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LOI 체결 이후 기본 조사와 타당성 조사에 이어 바로 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폴란드 정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2026년 착공 예정인데, 퐁트누프 프로젝트도 비슷하거나 그와 가까운 시기에 착공하게 될 것이다. 퐁트누프 프로젝트의 착공이 더 빠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양국 간 원전 프로젝트 추진에 대해 상당 부분 협의가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김종두 전무의 설명을 들으며 한국형 원자로 APR1400 축소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사업 규모·건설 계획 없는 퐁트누프 프로젝트

산업부는 폴란드 정부 주도의 루비아토브 프로젝트 사업자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를 선택한 것을 두고 안보를 고려한 폴란드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나토 동맹국의 일원으로서 미국 사업자에 대한 배려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폴란드의 국가안보전략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정부 주도 원전 프로젝트는 미국 기업에 맡겼지만, 공기 내 완공 가능성을 고려할 때 민간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에 맡기는 게 합리적”이라며 퐁트누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박 차관은 “나토 동맹국인 폴란드가 정부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나라가 미국이었을 것으로 짐작한다”며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원전을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건설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한국과 민간 사업을 병렬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조지아주에 보글 원전 3·4호기 건설 사업을 맡고 있지만 준공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1979년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 실적이 부족, 시공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상업 가동을 개시하는 등 건설 실적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차관은 “폴란드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가장 빨리 최신의 원전을 건설하는 방법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을 했을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정부 프로젝트와 함께 (민간) 프로젝트를 추가로 추진하자고 의사 결정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소송도 ‘변수’…정부 “美와 긴밀히 협의”

일각에선 웨스팅하우스가 최근 한수원을 상대로 지식재산권(IP) 소송을 제기한 게 향후 원전 수출의 장애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각) 한수원과 한전을 상대로 미국 수출입통제법에 따라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의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다. “APR1400에 자사의 기술이 적용됐으며, 이를 다른 나라에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게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소송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예견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한국은 지속적으로 원전 기술을 개발해왔고, APR1400은 한국의 독자적인 기술이라고 맞서고 있다. 소송 과정을 통해 정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원전업계에선 APR1400이 포함된 기술과 관련 2007년 6월 만료된 해당 기술의 사용 협정문에 로열티 지급 없이 국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시권’이 명문화돼 있는 만큼 웨스팅하우스가 기술에 대한 소유권과 특허권을 주장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2009년 UAE에 원전을 수출할 때도 지재권을 문제 삼았다. 당시에도 기술 이전은 이미 끝난 상황이었지만, 한수원이 핵심 기술 자립을 이루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웨스팅하우스에 기술자문료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승인을 받았다. 박 차관은 “웨스팅하우스가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민간 차원에서의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합의가 어렵다면 정부차원에서의 조율도 가능하다. 미구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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