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돌아온 룰라···중남미 8개국 '좌파 벨트' 완성

조양준 기자 2022. 10. 3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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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브라질 첫 '3선 대통령'
1.8%P 역대 최저 득표차 신승
"두개의 브라질 없다" 통합 강조
'美 뒷마당'에 좌파 득세 틈타
中은 영향력 확대 행보 가능성
美와 패권다툼 더 치열해질 듯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이 30일(현지 시간) 상파울루 중심가인 파울리스타 거리에서 대선 결선투표 승리 직후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룰라 당선인은 2003∼2010년 대통령직을 연임한 데 이어 이번에 또 당선돼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3선에 성공했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남미 ‘좌파 대부’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 전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하며 12년 만에 대통령으로 복귀했다.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3선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룰라의 재집권 성공으로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을 포함해 중남미 주요국들에 모두 좌파 정부가 들어서는 ‘핑크타이드(Pink Tide) 2기’가 본격화했다.

룰라 당선인은 이날 대선 결선에서 최종 50.9%를 득표해 49.1%를 얻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가까스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날 개표 종료 후 브라질 최고선거법원도 룰라의 당선을 공식 선언했다.

◇1.8%p 초박빙 승리···당선 일성은 ‘통합’=개표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초박빙 승부였다. 개표 시작(수도 브라질리아 기준 30일 오후 5시) 직후 잠깐을 제외하고는 개표가 3분의 2 정도 이뤄질 때까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앞서나갔지만 개표율이 67%대에 근접하면서 룰라 당선인이 처음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유지한 룰라 당선인은 개표 막바지 ‘간발의 차이’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따돌렸다. 두 후보의 득표 차는 1.8%포인트에 불과하다. 2014년 대선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당시 상대 후보였던 아에시우 네베스 후보를 3.28%포인트 차이로 이겼을 때보다 적은 역대 최저 득표 차다.

2003년에서 2010년까지 8년간 재임하며 인구 2억 명이 넘는 남미 대국을 이끌었던 룰라 당선인은 이번 승리로 브라질 사상 최초의 3선 대통령이 됐다.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을 저지한 사례도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설명

룰라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이날 밤 “두 개의 브라질은 없으며 증오로 물든 시간에서 벗어나야 한다. 브라질 국민 모두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당선 소감을 밝혔다. 선거전이 과열되면서 후보 진영 간 갈등이 커진 점과, 특히 1.8%포인트 차이로 신승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룰라 당선인은 또 소감에서 기아 퇴치, 노동권 보장, 아마존 보호 등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중남미 8개국 좌파 벨트 완성=룰라의 집권으로 중남미에서는 이른바 ‘좌파 벨트’가 완성됐다. 중남미에는 2018년부터 좌파 열풍이 불어 멕시코·아르헨티나·볼리비아·페루·칠레·온두라스·콜롬비아 등에 좌파 정부가 들어섰고 이번에 최대 영토와 인구를 보유한 브라질에서도 좌파 정부가 집권하게 됐다.

사진 설명

중남미에서는1990년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정권이 출범하며 핑크타이드 1기가 들어섰으나 각국이 극심한 경제 실패를 겪다 2015년 아르헨티나에서 우파가 재집권하면서 퇴조했다. 이후 2018년 멕시코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2기 핑크타이드의 신호탄을 알렸다. 로이터통신은 “6월 콜롬비아의 첫 좌파 대통령이 된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을 포함해 좌파 집권 중남미 국가들이 일제히 룰라의 승리를 축하했다”고 전했다.

중남미에서 최고조에 오른 좌파의 득세가 세계 각지로 영향력을 뻗어나가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애쓰는 미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큰 관심사다. 중남미는 ‘미국의 뒷마당’으로 통했다. 하지만 과거 핑크타이드를 틈타 이념적인 동질성을 내세우며 중남미 진출을 본격화한 중국은 특히 브라질과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양국은 룰라 정부 시절이었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회복에 신흥국의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브릭스(BRICs) 등을 계기로 급속히 가까워졌다. 실제로 브라질에서 지난해 중국 투자액이 8조 원(약 60억 달러)으로 201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전 세계 다른 어느 나라보다 브라질에 많이 투자했는데 그 비중은 13.6% 정도에 달한다. 이에 따라 중국을 최대 전략적 경쟁자로 상정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뒷마당’을 지키기 위해 중국과 더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서방은 룰라의 당선을 환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정하고 믿을 만한 선거를 거쳐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축하한다”며 “앞으로 양국 간 협력을 계속해나가기 위해 함께 일하게 될 것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브라질 역사에 새 장이 열렸다”며 트위터에 축하 메시지를 공개했다. 외신들은 룰라가 자신이 산파 역할을 했던 메르코수르 등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중남미와 브라질의 위상 강화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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