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한국술 탐방 | 오서윤 오산양조장 이사] “정직하고 착한 오산막걸리 만든다”
경기도 오산의 유일한 양조장인 오산양조장은 마을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드문 양조장이다. 2018년에 ‘오산막걸리’ ‘오매백주’ 2종의 무감미료 막걸리와 증류주 ‘독산’을 내놓은 데 이어, 2021년에 프리미엄 막걸리 ‘하얀까마귀’를 새로 냈다. 오산양조장이 전국에 1000곳이 넘는 양조장과 다른 사실은 ‘젊다’는 점뿐 아니다. 다른 양조장과는 드물게 마을 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 기업은 지역공동체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 운영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의 하나다. 그래서, 오산양조장 설립의 첫 번째 목적은 ‘좋은 술 만들어 돈 많이 벌자(매출을 크게 올리자)’가 아니다. ‘오산 지역 쌀로 오산을 대표하는 술을 빚어 지역사회인 오산시를 알리자’가 오산양조장의 가장 큰 목적이다. 그래서 오산양조장 제품들은 모두 오산과 관련된 이름을 쓰고 있다. 오산막걸리는 아예 지역사회명을 그대로 쓰고 있다. 병 라벨에는 ‘오산 대표 막걸리’란 글도 적혀 있다. 오산을 대표할 만큼 자부심이 있다는 얘기도 되지만, ‘오산을 알리는 막걸리’란 의미도 담고 있다.
‘오매백주’는 오산을 대표하는 새 까마귀(烏·오)와 오산의 꽃 매화(梅·매)에서 글자를 따와 이름을 지었다. 가장 최근에 나온 ‘하얀까마귀’ 역시 오산의 새 까마귀와 관련 있다. ‘검은 까마귀가 막걸리를 많이 마셔 하얀 까마귀가 됐다’는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여기서 이름이 비롯됐다. 증류주 ‘독산’ 역시 오산을 대표하는 유적지 ‘독산성 세마대지’에서 가져왔다. 임진왜란 당시 이곳을 지키고 있던 권율 장군이 꾀를 내서 왜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곳이다. 그런데 독, 산 이런 글자는 술, 식품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상품명 승인을 받는 데 애를 먹었다. 결국 국민신문고에 호소한 끝에 사용 승인을 받아냈다. 심지어 증류주 독산은 알코올 도수까지 오산과 관련 있다. 독산은 2종이 있는데, 이 중 53도 제품은 ‘53’이 오산과 발음이 비슷하다고 해서, 30도 제품은 2019년이 ‘오산시 승격 30주년’이라고 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제품명 전체를 지역사회와 관련해서 지은 사례는 오산양조장 말고는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오산양조장이 시에서 운영하는 양조장은 절대 아니다. 뜻을 같이하는 지역주민 여럿이 십시일반 출자해서, 공동 운영도 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이다.
그렇다면 오산양조장이 만드는 술맛은 어떨까. 양조장 설립 2년 만인 2018년 후반에 나온 오산막걸리(6도)와 오매백주(12도)는 밑술과 한 번의 덧담금으로 만든 이양주다. 물, 밀누룩, 지역 쌀인 세마쌀로 빚는다.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는 일절 넣지 않았다. 대신, 쌀 함유량이 많다.
그래도 오산양조장 제품은 가격이 착하다. 6도 오산막걸리는 4000원(500ml), 12도 오매백주(500ml)는 7500원이다. 삼양주 하얀까마귀는 850ml에 1만원이다. 물론, 2000원 미만인 서울장수막걸리에 비해서는 비싼 가격이지만, 무감미료 막걸리 중에서는 단연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품질은 저렴하지 않다. 가장 낮은 도수 제품인 6도 오산막걸리는 진한 쌀의 풍미와 구수한 누룩 향, 곡물 향이 풍부하다. 탄산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12도 오매백주는 물을 덜 탄 만큼 걸쭉하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보디감이 묵직하다. 높은 도수만큼이나 단맛도 더 강하게 느껴진다.
8도 하얀까마귀는 밑술 그리고 두 번의 덧술로 완성된 삼양주다. 앞서 나온 2종의 막걸리(이양주)보다 담금을 한 번 더 한 만큼, 도수는 오매백주(12도)보다 낮지만, 단맛 정도는 오매백주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탄산은 오산막걸리, 오매백주와 비슷하게 거의 없고 산미도 강하지 않다. 용량은 850ml로 술 양이 훨씬 많다. 마을 기업 오산양조장 밑그림을 그리고 현재 술 생산 책임을 지고 있는 오산양조장 오서윤 이사를 최근 인터뷰했다. 오 이사는 전통주 교육기관에서 술 양조를 배우다가, ‘내가 살고 있는 오산시를 알리는 방안의 하나로 양조장을 운영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10쪽 분량의 기획서를 만들어 무작정 오산시를 찾아갔다. 다행히 오산시가 오 이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오산식품 김유훈 대표를 연결해줘, 마을 기업 오산양조장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그래서 양조장 부지를 제공한 김유훈 대표가 양조장 대표를 맡고 술 생산 책임자 오서윤씨는 이사 직함으로 일하게 됐다.
양조장을 마을 기업으로 운영하기로 한 이유는.
“오산양조장은 오산시 중앙동 오색시장 끝자락에 있다. 오일장인 전통시장과 접해 있어, 지역주민들이 서로 소통하는 사랑방 역할을 양조장이 했으면 했다. 그러려면 한 개인이 운영하는 상업양조장으로는 어렵고, 뜻을 같이하는 지역주민들이 공동 운영하는 형태의 양조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만드는 전통주가 지역주민들이 소통하는 매개체로 활용하기를 바란 것이다.”
마을 기업 양조장은 드물다.
“김유훈 대표는 대를 이어 식자재 유통기업을 양조장 자리에서 해왔다. 마침 오산시가 도시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해, 김 대표는 오산유통 자리에 새 사업 구상을 하던 차에 나와 만났다. 둘은 금방 뜻을 같이했다. ‘돈 열심히 벌자’가 아니라, ‘오산 위해 일해보자’가 첫 번째 목적이었다. 하지만, 둘만으로는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뜻을 같이하는 지역주민 몇 명을 주주로 모셔와 마을 기업을 탄생시켰다. ‘돈 벌어서 배당금 줄게’이런 얘기는 처음부터 하지도 않았다. 전부 현직으로 일하고 있는 분들이라서 ‘은퇴 후에는, 양조장에서 일하게 해주겠다’고 설득했다. 2000만원씩 출자했다.”
하얀까마귀 술을 새로 내면서 같은 이름의 굿즈(캐릭터 상품)를 만든 이유가 있나.
“오산막걸리, 오매백주, 독산은 술 분위기가 다소 차분하다. 오산시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심플하게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속 제품인 하얀까마귀를 출시할 즈음에는 이미 코로나19가 창궐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톡톡 튀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오산의 새’ 까마귀를 활용한 캐릭터(하얀까마귀)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새 술 이름, 라벨 디자인에도 활용했다. 현재 막걸리 중 하얀까마귀 비중이 가장 높다. 굿즈 판매도 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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