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야당의 과잉 생산 쌀 의무 매입법, 농업 혁신 좌초 우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10월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과잉 생산된 쌀을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하 양곡법)’을 단독 처리했다. 이 법은 쌀이 예상 소비량보다 3% 넘게 생산되거나 쌀값이 전년보다 5% 이상 내려가면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시장의 수급 조절 역할을 무력화시키고 쌀 과잉 공급 구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민주당은 ‘농촌민생법’이라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에 대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0월 17일 인터뷰에서 “야당이 추진하는 양곡법은 한국 농업을 거꾸로 끌고 가는 것”이라며 “농업의 미래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 장관은 이 법이 쌀 과잉 공급 구조 심화를 불러오고, 역대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농업 혁신이 모두 좌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또 민주당이 쌀값 안정을 양곡법의 대의명분으로 내세우는 데 대해서도 “앞으로 쌀 가격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쌀 과잉 공급 구조는 시장에 ‘쌀은 넘친다’는 메시지를 준다”며 “쌀 소비량도 매년 줄고 있다”고 했다.
올해 쌀값이 폭락한 이유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의 쌀 수급 조절 실패를 지목했다. 2020년 흉작이 들었을 때 시장에 부족한 양보다 세 배가량 쌀을 방출해 과잉 공급을 했고, 지난해 대풍작이 왔을 땐 쌀 격리를 소극적으로 시행해 쌀값이 계속 떨어졌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쌀 과잉 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농가들이 다른 작물 재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 장관은 쌀의 대체제로 ‘가루쌀’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가루쌀은 보통의 벼와 재배 방식은 유사하지만, 곡물의 성질은 밀과 비슷해 물에 불리지 않고도 밀가루처럼 빵이나 면, 맥주 등을 만들 수 있는 품종이다. 그는 “가루쌀로 만든 빵이나 면 등 가공식품은 글루텐 프리로, 밀보다 훨씬 우수하다. 소화가 잘돼 고령 환자나 아이들에게도 좋다”며 “정부에서도 가루쌀을 사용한 식품에 대해선 ‘가루쌀로 만든 건강식품’이라는 인증을 부여해 상품 출시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양곡법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강하게 충돌했다.
“정말 곤혹스럽다. 현재 쌀은 평년작만 돼도 생산량이 수요량보다 20만t가량 많은 구조적인 공급 과잉 상황이다.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대로 쌀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면 공급 과잉 구조가 심화한다. 재정 부담 증가도 불 보듯 뻔하다.”
쌀값이 떨어지는데도 왜 쌀농사는 줄지 않나.
“우리나라 기후는 몬순 기후로, 1년 강우량의 70%가 여름에 집중된다. 물이 고이는 논에는 벼 외에 다른 것을 심기 어렵다. 벼농사가 다른 작물에 비해 노동력이 적게 든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양곡법 통과 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 농업이 뒤로 간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동안 계속 쌀 중심의 농업 정책을 펴왔다.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의 40%가 쌀에 쓰인다. 그 결과, 쌀 자급률이 90%를 넘는 밝은 면이 있지만, 이면의 그림자도 상당하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정부는 미래 농업 육성, 스마트 농업 육성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쌀에 집중됐던 직불제를 ‘공익직불제’로 바꾸고 쌀 외의 작물에도 직불금을 주도록 했다. 다양한 작물의 재배를 유도하려고 여러 정책을 만들어왔다. 여기에 쌀값이 떨어지면서 농민들도 재배 작물 전환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야당이 추진하는 양곡법은 ‘정부가 다 살 테니, 쌀을 다시 재배하라’는 신호를 주게 된다. 당연히 쌀이 과잉 공급될 수밖에 없다.”
양곡법 추진 시 타격을 보게 되는 정부 사업은 뭐가 있나.
“정부가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 중인 공익직불제가 피해를 본다. 정부는 올해 기준 2조4000억원 규모의 공익직불금 규모를 2027년까지 5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만약 양곡법이 통과되면 이 약속을 지킬 수 있겠나. 쌀 생산을 줄이고 다른 작물 재배를 늘리는 방향으로 추진되던 농업 혁신이 좌초될 수 있다. 청년농 육성과 디지털 농업 사업도 재정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이런 곳에 예산을 써야 하는데, 쌀 의무 매입에 돈을 쓰느라 미래 농업을 위한 투자를 못 할 수도 있다. 농업의 미래가 사라지는 것이다.”
쌀값이 왜 이렇게 떨어졌나.
“올해 쌀값 문제는 두 가지 발단이 있다. 일단 지난해 격리 결정을 일찍 하지 못했다. 10월 5일 전에 정부가 방침을 확정해야 가격이 움직이는데, 작년에는 늦게까지 끌고 갔다. 또 2020년에는 쌀이 흉작으로 공급이 부족했다. 부족한 양만큼 비축미를 풀면 되는데, 부족한 것은 10만t 정도인데, 시장에 31만t을 풀었다. 너무 많은 물량을 풀어버린 게 올해 쌀값 폭락의 결정타가 됐다.”
쌀을 대체할 작물로 ‘가루쌀’의 가능성을 크게 보는 것 같다.
“농민 입장에서 가루쌀은 벼와 똑같은 품종이다. 일반적으로 벼는 5월 말쯤 모내기를 해서 늦으면 11월에 수확하는데, 가루쌀은 모를 심고 3개월 반만 지나면 수확을 할 수 있다. 이모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농지 활용도도 높고, 다른 걸 심어도 되니 일석이조다. 밀을 심거나 콩을 심을 수 있다.”
가루쌀의 가능성을 크게 보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밀가루로 할 수 있는 걸 가루쌀로 다할 수 있다. 오히려 밀보다 좋다. 가장 큰 차이는 가루쌀로 만든 빵이나 면 등은 거의 글루텐 프리라는 점이다. 글루텐은 먹으면 더부룩함을 주는 단점이 있다. 반면 글루텐 프리인 가루쌀은 소화가 잘돼 고령 환자나 아이들에게도 좋다”
가루쌀 재배 확대 계획을 어떻게 잡고 있나.
“내부적으로는 내년 2000헥타르(㏊), 내후년 5300㏊로 목표를 잡고 있다. 수년 내 수만㏊까진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국민이 1년에 밀가루를 200만t 먹는데, 이 중 10%가량을 가루쌀로 대체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식량 안보가 전 국가의 핵심 과제가 됐다. 우리나라의 식량 안보 상황은 어떤가.
“현재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8%인데, 이를 임기 내 52%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문제는 우리는 농지가 155만㏊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인구로 따지면 1인당 90평에 불과하다. 거기에 벼를 심고, 콩도 심고, 소도 기른다. 땅이 좁고 인구는 많은 상황에서 식량자급률을 확 올리긴 어렵다. 국내 공급 여력을 확대함과 동시에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 확보 등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어떤 방안을 구상 중인가.
“미국이나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우리에게 우호적인 공급망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특히 유사시 식량을 들여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행 ‘해외농업산림법’은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확보한 곡물에 대해 비상시 국내 반입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반입 명령을 이행한 사업자에게 발생한 손실에 대해 보상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농업산림법을 개정해 발생한 기업의 손실에 대해선 정부가 보전해주려고 한다. 11월까지 법제처 심사를 마치고 12월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프랜차이즈와 식품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 등 물가에 대한 가계의 걱정이 크다.
“최근 일부 업체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다른 업체로 옮겨갈 경우 물가안정 기조의 안착을 저해할 수 있다. 고물가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식품업계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모두 증가하고 있는 만큼, 물가안정을 위한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은 하향 안정되는 듯하다.
“배추는 9월 말부터 준고랭지 2기작 출하량이 늘면서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김장용 가을배추도 생산량이 늘어나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달걀값이 크게 올랐는데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 있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AI는 야생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난해만큼 달걀값이 크게 오르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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