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서울 대청’ 만든 건축가 SGHS 강현석·김건호 소장 | 대청에 누워 도심 가을 만끽…“집단 기억 남길 休 공간”

박용선 기자 2022. 10. 3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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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석(왼쪽) SGHS 소장성균관대 건축공학과, 코넬대건축대학원, 현 성균관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현 스위스 건축가협회정회원, 전 헤르조그앤드 드 뫼롱 바젤 사무소 근무김건호 SGHS 소장성균관대 건축공학과,코넬대·하버드대 건축대학원,현 대한민국 건축사, 현 한국예술 종합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전 정림건축·DMP건축 근무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사진 홍박사

“짹짹(새소리), 졸졸졸(물소리)”

10월 13일 서울시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옥상(서울마루)에 올라서자 자작나무로 만든 격자무늬 평상(평상 1개 크기는 가로 1.2m·세로 2.4m) 126개가 하나의 널따란 대청마루처럼 깔려 있었다. 대청에 올라 근처의 덕수궁, 성공회성당, 서울시의회, 서울시청을 둘러보고 있는데 발밑에서 새와 풀벌레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마루 아래를 들여다보니 빌딩 가득한 도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끼정원까지 있었다. 

이곳은 서울시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주최한 2022 서울마루 공공개입 공모전 당선작 ‘서울 대청(大廳)’이다. 이날 서울 대청 위에는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 누워서 선탠을 즐기는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서울마루를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공공 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대청’을 만든 SGHS 설계 회사를 이끄는 건축가 강현석·김건호 소장을 인터뷰했다. SGHS 측은 “한옥에서 방과 방 사이를 연결하는 가장 큰 마루인 ‘대청’을 모티브로 한 도심 속 휴식 공간이자 새로운 방식으로 도시를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대청은 12월 7일까지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 대청을 구상한 계기는. 
강현석 “서울마루라는 이름에 주목했다. 대청은 가족이 모여서 생활하고 방과 방을 연결하는 큰 마루다. 이 지역은 서울시청, 서울시의회, 덕수궁, 성공회성당 같은 도시의 역사적 ‘방’이 접해 있는 서울 중심부다. 서울 대청이 마루 역할을 해 바쁜 현대인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시민들이 이곳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도시를 즐기며 자유롭게 쉬는 그림을 그리며 설계했다.”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나. 
김건호 “서울 대청에 앉아 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도, 친구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쉴 수도 있다. 대청 아래서부터 울려 퍼지는 새와 풀벌레 소리 그리고 물 흐르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도 된다. 각자 스타일에 따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현대 도심에서 볼 수 없는 목재 대청을 만들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김건호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특징과 스토리가 달라진다. 목재는 석재와는 다르게 친숙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목재를 사용해 서울 대청이 석재로 포장된 기존의 서울마루와는 다른 새로운 공간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새로운 공간이 생기면 시민들은 다른 방식으로 도심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현석 “격자무늬로 구멍이 뚫린 다공(多孔) 형태로 만들어 아래의 이끼정원과 시각적 소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새와 풀벌레 소리, 물 흐르는 소리가 대청 위로 더 잘 울려 퍼지도록 했다. 목재를 느끼고(촉각·후각),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청각), 주변 도심 풍경을 보면서(시각) 도심을 즐길 수 있다.” 

서울 대청에서 본 도심 풍경이 새롭다.
김건호 “그리 높지 않을 수 있지만, 서울 대청에 올라서 봐야 볼 수 있는 도심 풍경이 있다. 우선 덕수궁 돌담이 눈높이에 있다. 늘 올려다보던 돌담이 아니다. 서울시청과 서울광장도 바로 앞에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공회성당도 온전히 나를 향하고 있는 느낌이다. 단순히 전망이 좋다는 것과는 다르다.”

공간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현석 “서울 대청 주변에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과 장소가 많다. 조선 시대 궁궐인 덕수궁, 1926년 경성부청으로 지어진 후 서울시청사로 이용되다가 2012년 개조해 문을 연 서울도서관, 1934년 일제강점기 문화 시설 용도의 경성부민관으로 세워진 서울시의회 그리고 1919년 3·1운동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거쳐 현재까지 시민 참여와 소통의 상징이 된 서울광장 등이다. 서울 대청에서 시민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도시를 느끼고, 의미를 되새기며 찬미할 수 있는 열린 장이 되기를 바란다.” 

1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서울 대청과 주변부 도심 전경. 2 가을의 서울 대청. 3 서울 대청 하부 이끼정원. 4 서울 대청과 덕수궁 돌담. 사진 서울도시건축전시관·김재경

건축계에서는 ‘도심 속 해변’이라는 평가도 나오는데. 
강현석 “해변은 무언가에 기대어 있는 장소다. 바다가 없으면 해변이 아니지 않나. 서울 대청은 도시의 역사적 공간에 기대어 있다. 그런 점에서 도심 속 해변이라는 평가는 우리가 목적으로 한 서울 대청의 도심 속 휴식 공간이라는 부분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김건호 “한옥에서 대청이라는 건 결국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영향을 미치는 가변적 공간일 수 있다. 도심 속 해변이라는 표현처럼 가만히 있어도 보고 있는 풍경이 바뀌는 것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평가 같다.”

건축 설계를 할 때 아이디어는 어떻게 내나.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김건호 “시작은 강현석 소장과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 놀러가 마루에서 놀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부터였다. 세밀한 부분은 레퍼런스나 타 분야에 대한 연구로 구체화한다.”

강현석 “이번 공모 당선 전에 무작정 전라북도 완주로 달려가 권원덕 소목장(小木匠)의 작업실을 찾아가기도 했다. 실제로 조선 시대 방식을 따라 제작된 가구들을 구경하면서 큰 영감을 받았다. 또 서형석 조경가의 농장에 놀러 가 식물을 구경하며 서울 대청 밑 조경을 함께 구상했다.”

서울 대청과 연계한 문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인데.
김건호 “서울 대청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하다. 서울 대청 큐레이션 토크와 건축을 주제로 한 영화 상영을 했다.”

강현석 “개인적으론 서울 대청에서 여유롭게 차 한잔할 수 있는 다도회가 열렸으면 한다.”

12월 7일 서울 대청 전시가 끝난다. 이후 계획은. 
김건호 “서울 대청을 126개 평상으로 구성한 주요 이유는 설치가 끝난 이후에도 다른 장소에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후 이 설치물이 새롭게 자리 잡을 곳을 찾고 있다.” 

강현석 “비록 서울 대청은 2개월 후에 사라지겠지만, 이 장소에 대한 집단 기억은 성공회성당의 종소리처럼 은은한 잔향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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