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 | “韓 주식, 가격 싸지만 저가 매수할 때 아냐…내년 상반기 반등”
9월 21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 (0.75%포인트) 인상하며 올해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거인의 발’은 미 뉴욕 주식시장뿐 아니라 우리 증시도 짓밟고 지나갔다. 코스피 지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이틀간(9월 22~23일) 50포인트 하락하며 2300 선을 내줬고, 28일 2200 선도 무너졌다.
2년간의 유동성 잔치가 끝나자 증시에 비관론이 드리우고 있다. 연준이 41년 만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맞서기 위해 강한 긴축 기조를 내보이면서 미국은 물론 국내 증시까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며 어느 때보다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 남은 두 번의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125bp(1.25%포인트) 더 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 서울 여의도동 KB증권 본사에서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만났다. 금융 업종 애널리스트 출신인 유 센터장은 인터뷰에서 “주식 가격이 저렴해진 것은 맞지만 아직은 ‘저가 매수’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내년 상반기는 돼야 증시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당분간 현금을 보유하거나 주식 비중을 낮추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9월 FOMC 정례회의 이후 연준의 매파적 입장이 다시 확인됐다. 우리 증시 전망은.
“연말까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 연준이 경기를 우려해 긴축 강도를 낮출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내년 1분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전까지는 연준이 긴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꺾지 않을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14년 8개월 만에 3%를 넘게 됐다.
“자이언트스텝은 그동안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해오지 않았나. 다만, 점도표(연준 이사와 연방은행 총재들이 예상하는 향후 정책 금리를 점으로 찍은 표)는 파격적이었다. 점도표상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가 4.375%까지 올랐다. 종전 전망치보다 1%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연말에는 미 기준금리가 4.5%에 도달할 것 같다. 내년 1분기에도 추가로 25bp 올려서 4.75%가 터미널레이트(금리 인상의 한 사이클에서 도달하는 최종 금리)가 될 것으로 본다.”
우리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올 하반기 코스피 지수 전망치는.
“2200과 2650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FOMC 전까지만 해도 6월 전 저점(2276.63)이 깨지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연준이 수요를 통제해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경기 등 매크로(거시) 환경이 계속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말로 갈수록 증권사들의 기업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럴 것으로 본다. 올 상반기에는 일종의 화폐환상(물가를 반영한 실질가치가 아닌 화폐의 명목가치를 중요시하는 현상)이 있었고 원재료 가격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실적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제조 업체들은 원재료 재고를 미리 확충해 놓기 때문에, 원재료비 상승은 2개 분기 이후 반영되기 마련이다. 원재료 가격이 올해 1분기에 정점을 찍은 만큼, 3분기 실적에는 원재룟값 상승분이 반영될 것으로 본다.”
원·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 것으로 보나.
“9월까지만 해도 4분기 평균 환율을 달러당 1360원 정도로 봤다. 당시엔 굉장히 높게 산정한 전망치였다. 그러나 최근 4분기 환율 평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달러당 1450원까지 오를 수 있다. 내년에는 연평균 1340원을 기록하고, 내년 말에는 128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대외적 요인은 긴축, 국내 요인은 무역 수지다.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세계화 시대에 큰 수혜를 봤으나, 탈세계화 시대에서는 수혜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거나 무역 수지가 안 좋아지는 나라들은 강달러 국면에서 통화 약세가 특히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이번 FOMC 이후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다. 앞으로 금리 차가 점점 더 벌어질 전망인데, 우리 증시에서 외자 유출이 가속할까.
“실제로 2011년 기준금리 역전 시기에 우리 증시에서 돈이 그렇게 많이 빠져나가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신용등급이 비슷한 나라로 프랑스, 영국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 국채 금리가 그 나라들과 비교해 여전히 높다. 신용등급이 같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국채의 투자 매력이 큰 것이다. 또 한국은행 총재가 한·미 기준금리 차이를 최대 100bp(1%포인트)까지 용인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 저변에는 양국 금리 차가 100bp까지 확대돼도 외자 유출이 크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락장에서 주가 방어력이 좋은 종목은 무엇일까.
“고배당주에 투자하거나, 현금 흐름이 좋은 회사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것이 통신주다. 또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경쟁력 있는 업종에 투자해야 한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밸류체인(가치 사슬)을 만들고 싶어 한다. 미국 우호국 중에서 이 밸류체인에 들어가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는 반도체와 이차전지다. 인력 고용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 관련 종목도 유망할 것이다.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면 노동 시장의 비용이 절감되고 인플레이션도 낮아질 수 있다. 로봇에는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에 반도체 업종도 함께 수혜를 볼 수 있다.”
주식과 채권의 적절한 투자 비중은.
“원래 주식과 채권의 황금 비율은 6 대 4다. 그러나 지금은 5 대 5 비율이 더 좋다고 본다. 채권 투자를 늘리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시장 금리는 내년 상반기 중 고점을 지날 것이다. 내년 하반기까지 계속 금리를 올리려면 경기가 굉장히 호황이어야 하는데, 그러긴 어렵다. 내년 말에는 금리가 지금보다 낮아져(채권 가격이 높아져) 있을 것이다. 채권 투자 최적의 타이밍은 금리가 정점일 때다. 할인율도 높고 채권 가격 상승 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미국 증시의 전망은 어떤지 궁금하다.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투자처다.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미국 주식이 그나마 주가 방어력을 가질 것이다. 연초와 비교해 환차익만으로도 20%의 이익을 볼 수 있다. 환헤지(환율 변동 위험에 대비해 환율을 현재 시점의 환율에 미리 고정하는 개념)를 하지 않고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다. 환헤지를 하게 되면 달러 강세 효과를 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환헤지를 하는 미국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는 피해서 투자해야 한다.”
지난해 서학개미들의 최선호주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였다. 미국 개별 기업들의 주가 수준을 어떻게 보나.
“테슬라 주가는 현재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 테슬라, 애플, 메타(옛 페이스북), 넷플릭스가 많이 거론되곤 하는데, 나는 메타나 넷플릭스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이 있다. 메타는 매출액이 줄고 성장성이 많이 떨어졌으며, 넷플릭스는 신규 가입자가 순감하고 있다. 반면 애플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전체 상품군 가운데 고급(하이엔드) 모델 비중이 50%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6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마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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