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광산 매몰사고 행정기관·업체 엇박자…시추 작업 1차 실패

김현수 기자 2022. 10. 3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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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추 지점 실종자 고립 공간에서 벗어나
봉화광산 매몰사고 7일째로 넘어가…가족들 ‘오열’
경북 봉화군 한 아연광산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가 31일 오전 노동자 2명이 고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170m 지점 두 곳에 구멍을 뚫는 시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 실종자들의 생존여부를 확인하고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품을 지급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첫 시추 작업이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경북소방본부, 사고 업체 간의 구조작업 상황이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면서 실종자 가족들을 두 번 울렸다.

봉화소방서는 31일 오후 6시 브리핑에서 이날 오후 4시50분쯤 지름 76㎜짜리 시추기가 지상에서 지하 185m까지 내려갔지만 고립된 노동자들이 있는 지점과 접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고립된 노동자는 지하 170m 지점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 관계자는 “지하 15m 지점의 흙을 더 파냈지만, 고립 노동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과 접촉하지 못했다”며 “(지름 76㎜) 시추기는 다른 좌표로 옮겨서 내일부터 다시 시추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름 98㎜짜리 시추기 굴착작업 구간은 이날 오후 4시50분 기준 지하 76m 지점까지 흙을 파냈다.

시추작업의 오차범위 기울기는 3도로 지하 170m까지 내려갔을 경우 9m가량의 오차가 발생한다. 갱도 폭은 4.5m로 오차범위보다 작아 실종자가 고립된 공간을 벗어난 것이다.

구조 당국은 1차 시추 작업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내일(다음 달 1일) 천공기 한대를 추가할 예정이다.

시추작업은 지난 29일 오후 7시20분부터 노동자들이 갇혀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지하 170m 지점 두 곳에 구멍을 뚫고 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같은 길이의 관을 집어넣어 그곳으로 식품과 의약품, 통신시설 등도 내려보낼 수 있을 것으로 당국은 기대했다.

소방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시추기를 추가로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밤 10시는 되어봐야 한다더니…오후 4시50분에 시추 실패
실종자 가족 “시추 실패 사실 알고도 숨겼다” 주장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제2수갱(수직갱도). 구조당국은 광산의 제2수갱의 암석을 제거하며 사고지점인 제1수갱으로 접근하고 있다. 실종된 노동자는 제1수갱 지하 170m 지점에 6일째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수 기자

구조당국은 앞서 이날 오후 4시 브리핑에서 “지름 76㎜ 시추작업이 지상에서 지하 160m까지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종자 가족에게 이날 밤 10시쯤 시추작업이 완료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당국은 “시추작업이 완료되면 가족대표 2명과 기자들과 함께 내시경 카메라 등을 활용해 공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조당국은 이날 오후 4시50분쯤 시추작업이 실패한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은 실종자 가족 중 한 명이 작업현장에서 시추 기계가 멈춰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시추작업을 하던 관계자는 실종자 가족에게 “시추가 실패했다. 철수하고 내일 아침 다시 시추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오후 4시에는 시추작업 성공 여부가 오후 10시쯤 나온다고 밝혔던 구조당국이 진실을 숨기고 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실종자 A씨(62)의 아내는 이날 현장을 방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붙잡고 “우리 남편이 나오면 큰일 나니까, 일부러 죽이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다른 가족들도 “업체가 정하는 구조방법을 믿지 못하겠다”며 “가족들과 기자들도 구조작업을 참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매몰자 가족 측은 사고가 난 업체 종사자들의 말을 근거로 ‘업체가 수직갱도 인근에 매립한 광물찌꺼기(슬러지)’가 갱도로 유입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A씨가 광물찌꺼기가 흘러나오지 않도록 이 광산에서 여러 차례 보수작업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체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소방당국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은 단순히 자료를 받아 브리핑할 뿐”이라고 말했다.

더디기만 한 구조작업…애타는 실종자 가족
갱도폭 4.5m에서 2.5m로 줄어…당국 “진입로 확보 속도 낼 것”
경북 봉화군 한 아연광산에서 지난 29일 오전 실종자 가족대표 2명과 구조당국 관계자 4명이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제2수갱 지하 140m 지점으로 내려가고 있다. 실종된 노동자 2명은 제2수갱과 연결된 제1수갱 지하 170m 지점에 6일째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수 기자

구조당국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폐갱도인 제2 수직갱도 ‘2구간’에서 선로 8.6m를 연결했다고 밝혔다. 진입로는 수평 거리 45m인 ‘1구간’과 수평 거리 100m인 ‘2구간’으로 나뉜다.

구조가 가능한 지점까지 도달하는데 필요한 남은 진입로는 91.4m다.

이상권 업체 부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진입로 확보구간 갱도의 폭이 4.5m에서 2.5m로 줄어들었다”며 “갱도가 작아지면 암석이 쏟아지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에 안정된 작업을 할 수 있다. 또 배출할 암석량도 줄어 작업속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현재 구조당국은 갱도내 암석이 쏟아지면 구조작업을 중단했다가, 갱도가 안정되면 다시 작업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6일 오후 6시쯤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아연채굴 광산의 제1수갱 지하 46m 지점에서 갑자기 밀려 들어온 펄(진흙 토사물)이 갱도 아래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이 펄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폐갱도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노동자 2명을 스스로 탈출했고, 3명은 업체 측에 의해 구조됐다. 제1수갱 지하 190m 지점에서 작업 중이던 A씨(62)와 B씨(56)는 현재까지 고립된 상태다.

업체 측은 밤샘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실패한 뒤 14시간이 지난 27일 오전 8시34분쯤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이 업체는 지난 8월에도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노동당국의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사고 신고 지연과 관련해 노동자 2명이 구조되는 즉시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봉화 광산 붕괴 구조상황도. 경북소방본부 제공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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