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LUENCER] 학교 대신 현장 뛴 열여덟 소녀… 어느새 23호 집짓는 프로건축가

박성기 2022. 10. 3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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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주는 편안함에 맘먹은 직업 성장기 담아
흙먼지 속 고된 일에도 "오늘은 많이 배워 행복"
스카이다이빙·굴착기 운전 등 무한도전도 볼맛

4년차 목조주택 빌더 '전진소녀' 유튜버

남자들이 가득한 거친 공사 현장에 눈에 띄는 한 여자가 있다. 허리에 찬 툴벨트에는 핫 핑크색 망치가, 머리에 쓴 하얀 안전모에는 직접 그려 넣은 노란 꽃이 선명하다. 스물한 살 여자 목수인 그녀가 몸에 지닌 것 하나하나가 모두 개성 가득하다.

하지만 나무를 자르고 못을 박는 그녀의 손놀림은 여느 베테랑 목수들과 다르지 않다. 툴벨트 셋팅 '꿀팁'을 알려주고 공사 현장 '인싸템'을 추천하는 그녀에게서 숙련된 목수티가 난다.

이 주인공은 바로 목조주택 빌더(Builder) 겸 유튜버, '전진소녀'(본명 이아진)다. 그녀는 건축가가 되고 싶지만, 남들처럼 대학에 진학해 꿈을 키울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열여덟 살에 돌연 호주 유학을 포기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나무가 주는 편안함이 좋아 목조주택 빌더가 되어야겠다고 결심, 1년간 매일 학교 대신 흙먼지 가득한 현장으로 출근해 '스승님'들을 쫓아다니며 어깨너머로 일을 배웠다. 열아홉 살에는 일당을 받는 정식 일꾼이 됐다. 그해 말 '1호 집' 짓기에도 성공했다. 어느덧 스물한 살이 된 그녀는 현재 '23호 집'을 짓고 있는 4년 차 빌더다.

그녀의 유튜브 채널 '전진소녀의 성장일기'는 열여덟 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나의 꿈'을 찾는 과정을 가감 없이 공개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Culture 플랫폼 보이스오브유가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랭킹(IMR) 자료에 따르면, 그녀는 2019년 10월 첫 영상 '18살 소녀 목수 처음 인사드려요'를 게재하며 활동을 시작해 차근차근 채널 규모를 늘려왔다. 현재 보유한 구독자 수는 4만 명, 누적 조회 수는 500만 회가 넘는다. 채널 내 최고 인기 영상 '마이터쏘 테스트 해보기'는 1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 중이며, 구독자 수를 뛰어넘는 조회 수를 올린 영상만 20여 개에 달한다.

많은 이들이 전진소녀의 유튜브 채널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보이스오브유 선임연구원)는 "뛰어난 '성공'보다 아름다운 '성장'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를 가장 큰 인기 비결로 꼽는다.

실제로 전진소녀는 '공사 현장 브이로그' 콘텐츠를 통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좌충우돌 성장 과정을 있는 그대로 영상에 담아내 큰 공감과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영상 속 그녀는 "그냥 그늘에 앉아 있어"라는 소리를 들은 현장 출근 첫날에도 "내일 또 올게요"라고 꾸벅 인사하며 퇴근하고, 낯설고 고된 현장 일로 손발에 물집이 잡힌 날에도 "오늘은 많이 배워서 행복하다"라며 환하게 웃는다.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꿈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가는 그녀를 지켜보는 구독자들은 "용기와 열정에 응원을 보낸다",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멋지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매년 새로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전진소녀는 기상천외한 도전을 담은 영상들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무엇이든 도전해보는 것 그 자체에 큰 행복을 느낀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목공부터 스카이다이빙, 솔로 캠핑, 장애물 마라톤, 한복 모델, 대형 굴착기 면허 취득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무한 도전'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과연 다음 도전은 무엇일지 궁금하게 만드는 그녀의 영상들은 구독자들에게 "이것도 해내네", "멋지다", "대리만족 제대로다" 등의 반응을 끌어내며 화제가 되고 있다.

세상에 굴복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에서 직접 지었다는 활동명 '전진소녀'. "여자라서 힘들지 않아?"라며 그녀를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에 "남자여도 힘들지 않아?"라고 반문할 줄 아는 당돌한 그녀가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하기를, 그 과정에서 더욱 많은 이들에게 성장을 위한 힘과 용기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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