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고통" 이태원 참사 자극적 영상 사용 자제령 내린 방송사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참사 영상 사용 않을 것"
KBS 오후 4시 뉴스부터 적용… SBS·MBC, 저녁 메인뉴스부터 적용
방송기자연합회장 "영상 사용 억제하는 방안 모색해 국민적 트라우마 막아야"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앞으로 지상파 3사(MBC·KBS·SBS)는 이태원 압사 사건을 보도하면서 원인 규명 등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참사 현장 영상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 30일 뉴스를 진행할 때만 해도 현장 화면을 사용하되 최대한 가려서 쓴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SBS의 메인뉴스인 '8뉴스'는 뉴스 시작 전부터 “사건 실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현장 화면을 사용하되 최대한 가려서 쓰기로 했다”고 알렸다.
하루가 지난 뒤 방송사들은 한발 더 나아가 가급적 현장 영상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MBC는 31일 오후 1시쯤 보도국에 '[공지] 이태원 압사사고 현장 제보영상 편집 가이드라인' 제목의 공지를 통해 △상황 설명, 사실 전달 등의 목적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만 동영상으로 사용하되 현장음을 제거할 것 △일반적 밑그림으로 사용할 경우 정지화면으로 처리해 사용할 것 △출연 밑그림으로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을 것 등을 알렸다.
이후 MBC는 데스크급들의 편집회의 후에도 또 한차례 보도국에 △사실에 충실해야 하고 미리 앞서나가다 정확치 않은 정보를 보도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 △희생자와 유족들 관점에서 보고 시점과 상황에 맞지 않는 접근을 삼갈 것 △생방송 때 특히 조심하고 싱크나 영상이 과하게 자극적인 건 아닌지 점검할 것 △ 특히 3D 그래픽 사용은 위험하고, '역대급' '세월호 이후 최대' 같은 표현도 조심할 것 등을 당부했다.
MBC는 보도국에 “'뉴스데스크' 참사 동영상 사용 자제, MBC는 이번 이태원 참사 보도와 관련해 사고의 직접적 원인 등 사건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참사 순간의 동영상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31일 오후 4시경 KBS도 기사를 통해 “KBS는 앞으로 이태원 참사를 보도할 때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등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사고 현장 영상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KBS 보도본부는 이태원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뉴스 원고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직접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엄격하게 사고 현장 영상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BS는 이어 “동시에 사상자가 노출되는 장면,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 사고 직전 군중이 한쪽으로 쏠리는 장면 등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화면은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31일 오후 KBS '특집 KBS 뉴스5'은 이 소식을 뉴스 시작 전 알렸다.
SBS 역시 31일 'SBS 이태원 참사 관련 영상사용 원칙' 제목의 사내 공지를 통해 △자극적인 현장 영상(피해자들이 짓눌리는 모습, 구조대가 피해자를 잡아끄는 상황 등)은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 △참사 원인 분석 등 사고 상황을 설명하는 경우에만 현장 동영상을 사용하되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현장음을 제거할 것 △CPR 등 사고 직후 구조 화면도 사용을 자제하고 부득이한 경우 강하게 블러 처리하거나 정치 화면을 사용할 것 △피해자의 상태를 묘사하는 표현(토사, 복부 팽창 등)은 절대 쓰지 않을 것 △피해자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막론하고 모두 비실명 처리할 것 등을 내부적으로 알렸다.
여러 방송사들이 이태원 현장 영상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자, 방송기자연합회는 다른 회원사들에게도 이 같은 소식을 알렸다.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장(SBS 기자)은 각 지회장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에 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참사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방송사 뉴스 화면을 통해 국민에게 계속 전달되고 있다”며 “이 영상들은 피해자 유족과 친지는 물론 국민에게도 심각한 고통과 심리적 충격을 줄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이번 참사의 취재 과정에서 재난보도준칙을 잘 지켜야 함은 물론, 뉴스 보도 과정에서 참사 상황을 담은 영상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해 국민적 트라우마의 발생을 최대한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지했다.
양만희 회장은 31일 미디어오늘에 “우리에겐 세월호 참사 교훈이 있다. 이번 참사를 다룰 때 뭘 조심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고민하고 있다. 당장 오늘부터 뭔가 바꾸려고 언론들이 노력하는 것 같다”며 “사고 당시 골목에 사람들이 모인 영상 쓰지 말자, 꼭 필요한 경우도 정지 사진만 쓰자 등의 원칙을 만들었다. 동영상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해서 고통을 준다. 충분히 보도됐으니, 이제는 원인을 찾고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찰 “이태원 참사 악의적 비방 신상유포 행위 조사 중” - 미디어오늘
- 기자구속 파문에 기자단 해체하라? “지나친 비판” - 미디어오늘
- 재난 직후 정치적 이슈 제기 정치인 SNS “아픔을 수단처럼” - 미디어오늘
-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 방송가 주요 프로그램 대부분 결방 - 미디어오늘
- 이태원 참사 영상·사진 인터넷 유포, ‘자정’ 이뤄질까 - 미디어오늘
- [영상] 국민정서 고려 일본 관함식 참가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에 박진 장관은 - 미디어오늘
- 이상민 “선동해선 안된다는 취지” 해명하자 기자 “본인이 예단해놓고” - 미디어오늘
- 성추행 피해자 부당전보 머니투데이 대표에 벌금형 선고 - 미디어오늘
- KBS·MBC·YTN·TBS 운명 좌우할 11월이 온다 - 미디어오늘
- 이태원 참사 ‘유명인 등장’ 반복 보도에 “마녀 사냥” 비판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