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돌아온 룰라, 극우 포퓰리즘 극복·아마존 회복 주목한다

한겨레 2022. 10. 3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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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가 돌아왔다.

중남미 진보좌파의 상징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30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 보수 현직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1.8%p의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12년 만에 3선 대통령으로 복귀하게 됐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집권 동안 브라질은 상처와 증오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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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진보좌파의 상징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가 30일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가 확정된 뒤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상파울루/로이터 연합뉴스

룰라가 돌아왔다. 중남미 진보좌파의 상징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30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 보수 현직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1.8%p의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12년 만에 3선 대통령으로 복귀하게 됐다. 룰라의 이번 승리는 남미의 대국 브라질 일국을 넘어서는 의미도 갖고 있다. 세계 곳곳의 민주국가들이 극단적 정치 분열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극우 포퓰리즘에 맞서 쉽지 않은 승리를 거둔 룰라 대통령이 어떻게 깊은 분열과 어려움을 극복해나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집권 동안 브라질은 상처와 증오에 휩싸였다. 대통령의 소수자 혐오 발언이 계속되었고 부유층 감세와 민영화로 빈곤층이 크게 늘었으며, 코로나19 방역실패로 7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증오 정치’로 강력한 지지기반을 구축한 보우소나루는 이번에도 49.1%나 득표했으며, 자신이 패배한다면 선거 결과에 불복할 뜻을 거듭 밝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룰라도 당선 직후 ‘평화와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두 개의 브라질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하나의 나라이고, 하나의 국민이며, 위대한 국민이다”라며, “증오로 물든 시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노동운동가 출신 룰라는 2002년~2008년 집권 기간, 2500만명을 빈곤에서 탈출하게 했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성공한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퇴임 뒤 검찰이 주도한 부패사건 수사로 수감되었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고 정치로 돌아왔다. 불평등 극복과 여성 안전, 노동권 보장 등을 강조하는 그가 경제적 어려움과 분열의 정치에 빠진 브라질을 어떻게 이끌고 가느냐는 전세계 민주주의에 적잖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친환경주의자인 룰라의 승리는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열대 우림을 구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이기도 하다. 보우소나루는 집권 이후 아마존 유역에서 농지 확대와 자원 개발을 위한 무분별한 벌목을 강행했다. 나무 20억 그루가 사라졌고, 많은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났다. 이런 상황이라면 10~20년 안에 아마존에서 나무가 사라질 것이란 경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룰라는 “우리는 아마존에서 다시 감시하고 감독할 것이다. 모든 불법행위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약속이 지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공존의 길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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