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인파 운집 예상하고도…‘안전 매뉴얼’ 없었다는 경찰 [이태원 핼러윈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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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는 주최 측 없는 행사라는 이유로 안전사고 위험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핼러윈 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이태원 일대에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을 알고도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주최 측이 없는 행사와 관련한 자체 매뉴얼조차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원관광특구상인연합회와 서울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은 참사 발생 사흘 전 핼러윈 행사를 대비하기 위한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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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앞두고 배포된 경찰 자료엔
“제한된 공간에 다중인파” 적시해놓고
안전조치 전혀 없이 교통체증 우려만
경찰 책임론 대해 “현장판단 아쉬움”
용산구·상인協 사흘 전 대비 회의서도
마약 투약 등 범죄예방 캠페인만 언급
국내외 전문가 “당국 부실대응” 질타
폴리스라인 설치된 참사 현장 경찰들이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부근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참사 당일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데 대해 비판이 커지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
앞서 이태원을 관할하는 서울 용산경찰서도 핼러윈을 앞두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핼러윈 기간) 일일 약 10만명 가까운 인원이 이태원관광특구 중심으로 제한적인 공간에 모여 불법촬영 등 범죄가 빈발할 수 있고, 교통체증으로 인한 시민 불편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경찰 내부적으로 막대한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안전사고 예방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기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무책임한 안전불감증은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경찰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찰 책임론’과 관련해 사고 당시 판단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급작스러운 인파 급증은 못 느꼈다고 한다”면서 “판단에 대한 아쉬움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줄리엣 카이엠 미국 재난관리 전문가는 CNN에 “당국이 토요일 밤 이전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했어야 한다”면서 “당국이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군중 규모를 모니터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대형 이벤트 행사를 진행하는 컨설팅업체 크라우드세이프티의 설립자 스티브 앨런은 워싱턴포스트(WP)에 사고 발생 전 이태원 거리를 찍은 영상들을 검토한 뒤 “인파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군중안전전문가 폴 워트하이머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코로나19 규제로 인해 억눌린 수요가 발생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당국이 이태원에 예상보다 많은 숫자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는지 의문”이라며 “(경찰 등) 법 집행기관이 클럽 경비원처럼 골목길에 대한 접근을 관리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주최 측이 없다 보니 안전사고의 위험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접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이번 사고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구성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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