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년간 91명, 이태원 30분새 114명..'안전교육' 사각지대 있다
청춘들이 '젊음의 거리'에서 압사 당했다.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밤 이태원에서 발생한 사고로 154명이 사망했다. 이 중 20대가 102명, 10대는 12명으로 집계됐다.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미성년 학생들도 포함됐다. 세월호 사건 이후 8년 만에 벌어진 대형 참사에 교사와 학부모 등 교육현장 전반에서도 황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년여 간 코로나19(COVID-19)로 사망한 10~20대가 91명(이날 기준)에 불과하단 점을 감안하면 참담함은 더욱 커진다. 감염병 위협을 피해 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온 청춘들이 3년 만에 처음 자유를 만끽하러 나온 자리에서 변을 당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바깥 활동이 늘어나며 사고도 다양해지는 시점에서 학교 안전교육의 사각지대가 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사고가 난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교육당국 차원에서 일선 학생과 학부모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가 없었다. 3년 만에 마스크 없이 맞이하는 첫 핼러윈데이라 이태원 같은 번화가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이와 관련한 지방자치단체·민간 차원의 대규모 행사 등은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안전사고 범주에도 대규모 인파 밀집에 따른 압사사고는 명확히 포함되지 않는단 점에서도 통제가 다소 느슨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학교안전교육 7대영역 표준안과 함께 초등 1~2학년이 배우는 '안전한 생활' 교과가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2015 개정교육과정'을 통해 안전한 생활을 신설하고 창의적 체험활동에 포함해 64시간 동안 이수하도록 했다. 안전에 대한 지식암기보단 실천적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독립교과 대신 창의적 체험활동에 포함해 운영하는 등 공을 들였다. 이후에도 학년별로 연간 51시간씩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실효성에 대해선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안전교육을 강조하는 기조와는 달리 정책이 현장에 제대로 착근되지 않았단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안전공제중앙회에 따르면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도, 학교 안전사고 건수는 2019년 13만8748건으로 2016년(11만6077건)부터 매년 증가세를 보인다.
당초 취지와 달리 안전체험 인프라 부족, 현장체험 여건 미비, 교과 내용 중복 등으로 효과적인 교육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보고서에 따르면 일선 교사들의 안전한 생활 지도 방법을 물은 결과 '동영상을 활용한 수업을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사실상 이론 위주의 교육이 된 탓에 위험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기도 어려운 셈이다. 결국 교육부는 현재 진행 중인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안전한 생활의 교과의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 관련 내용을 바른생활과 슬기로운생활 등으로 통합하고 생활중심 안전교육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안전교육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체험중심 교육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안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높아졌지만, 교육 내용은 미흡한 점이 있다"면서 "이론적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장에서 직접 체득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교육부도 안전교육 내실화에 나설 계획이다. 대규모 군중 밀집 상황을 학교 안전교육 표준안에 포함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청과 협업해 학교가 조기에 안정화될 수 있도록 종합 지원하고 안전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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