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외신이 본 ‘이태원 참사’의 문제점…미국·일본과 뭐가 달랐나?
[앵커]
삼가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참사에, 외신들도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외신이 본 사고의 원인, 그리고 해외 주요국들의 안전 대책까지 살펴보겠습니다.
'글로벌 ET' 홍석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죠?
[기자]
네, 앞서 보신 것처럼 미국 등지에선 핼러윈이 크리스마스만큼이나 즐겁게 보내는 날인데요.
그런 만큼 이번 참사에 대한 관심도 큽니다.
세계 주요 방송사들은 이태원 사고 현장에 특파원을 보내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미국 CNN 특파원/지난 30일 : "제 뒤로 약 45미터 떨어진, 오른쪽으로 더 좁은 골목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사망자 대부분이 나왔습니다."]
자국민 사상자가 나온 중국과 러시아 등도 사망자의 신원과 부상자의 상태를 위주로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들도 1면 머리기사로 이태원 사고 소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앵커]
외신은 이번 참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기자]
외신들은 특히 이번 사고의 배경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 맞이한 핼러윈이었다는 겁니다.
때문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영업 시간 제한도, 모임 인원 제한도 없었습니다.
외신들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핼러윈을 즐길 장소로 이태원을 선호해 왔고,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목격자/외국인 : "이태원은 혼잡하기로 유명한데요. 이번엔 너무 심했어요. 어깨가 부딪히고 옴짝달싹 못 했어요."]
[목격자/한국인 : "다 거기에서 이제 우르르 우르르하고 저도 끼어서 못 나가는 상태가 되니까 '아, 이거는, 진짜 이러다 사고 한 번 나겠다….'"]
그리고 사전 준비가 부족했던 점도 원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인파가 몰릴 게 충분히 예상됐던 만큼 적절한 대비가 이뤄졌는가에 의문을 제기했고,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전했습니다.
이런 대형 행사에는 군중 밀집도를 예측, 감지, 방지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런 절차가 없다면 사고는 반복될 거라고 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21세기 최악의 압사 사고 중 하나'라고 못 박았습니다.
[앵커]
외국에서도 유사한 압사 사고가 있었죠?
[기자]
네, 공식적으로 희생자가 가장 많이 났던 사고는 1990년에 사우디에서였습니다.
성지순례 기간 몰린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천4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졌는데요.
2015년에도 비슷한 사고로 7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달 초에는 인도네시아 축구 경기장에서 대형 압사 사고가 있었는데요.
패배한 홈팀의 관중이 경기장에 난입했고, 경찰이 무리하게 진압하다 120여 명이 숨졌습니다.
특히 최루탄을 피해 수천 명이 출구 쪽으로 달려나가다 뒤엉키며 대형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미국에서도 크고 작은 압사 사고들이 있었는데요.
지난해 11월엔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을 보기 위해 팬들이 무대 쪽으로 밀려들면서 9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과거 사례들을 모아 보니까, 공통점이 있는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정리하자면,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였다는 점, 길이나 공간이 비좁았다는 점, 그리고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생긴 공포감이 더해지면서 인명 피해를 키운 점 등이 공통적입니다.
반복되는 압사 사고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예방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는데요.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볼게요.
먼저 핼러윈이 인기 축제로 자리 잡은 일본, 올해도 최대 번화가인 도쿄 시부야엔 핼러윈을 즐기려는 인파로 가득합니다.
경찰들이 노란 선으로 보행로를 만들고 '천천히 걸어달라'며 큰소리로 사람들을 안내하는데요.
일본은 지난 2001년 불꽃놀이 행사에서 압사 사고가 일어나 11명이 숨지고 2백여 명이 다치는 참사가 난 이후 이렇게 인파가 몰리는 곳에선 현장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도 대책을 내놓습니다.
올해도 시부야역 인근의 차량 운행을 전면 중지하고 심야 음주도 일시 금지했습니다.
미국 뉴욕시도 핼러윈 기간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백여 곳을 일시 폐쇄하고 있는데요.
미국 법무부는 대규모 행사의 경우 1년 전부터 미리 경비 계획을 세워놓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정 규모 이상의 행사장에선 관중 밀도가 0.65제곱미터 당 1명 이하로 유지되어야 하고요.
사고 발생 시에는 분산 대피할 수 있도록 출구가 확보돼야만 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홍석우 기자 (musehong@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고의로 밀었다?’…경찰, 참사 경위 본격 수사
- “제발 살아라, 부탁이야” 친구들 애끓는 문자에도…
- 윤 대통령 “철저한 진상조사…주최자 없는 행사 안전대책 마련”
- [영상] 이태원 참사에 중국, 일본서도 애도 물결…“다신 이런 비극 없길”
- KBS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참사 현장 영상 사용 않겠다”
- “한국 좋아했던 딸”…이태원 가기 전 마지막 메시지
- 호흡중단 뒤 1분 내외 의식 잃어…‘압사’ 대응 요령은?
- 정부 “장례비 최대 1,500만 원 지원…치료비 우선 대납”
- [현장영상] ‘인력배치’ 발언 논란 이상민 해명…“섣부른 추측 안 된다 취지”
- ‘35세’ 수아레스, 월드컵 앞두고 ‘부활 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