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리본 단 국회…'정쟁 화약고' 대통령실 국감 연기

김나경 2022. 10. 3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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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대치를 하던 여야 정치권이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을 맞아 정쟁을 잠깐 멈추고 추모 물결에 동참했다.

여야 지도부는 각각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한편, 정쟁의 화약고로 꼽히는 대통령실 국정감사를 연기했다.

10월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11월 5일까지의 국가애도기간을 맞아 상대당을 향한 공세를 멈추고 추모의 시간에 들어갔다.

추모 분위기 속 여야 간 난타전이 이뤄지는 국정감사 일정 또한 일부 조정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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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추모 물결 동참
與,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찾아
野, 사고현장인 이태원역 헌화
일부 국감 일정 일주일 연기 합의
예산안 심의는 예정대로 진행
서울광장 간 국힘… 이태원 간 민주 이태원 사고와 관련, 여야 지도부는 10월31일 모두 희생자 조문에 나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사진)은 이날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해 헌화를 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사진)와 당 지도부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했다. 사진=연합뉴스·서동일 기자
극한 대치를 하던 여야 정치권이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을 맞아 정쟁을 잠깐 멈추고 추모 물결에 동참했다. 여야 지도부는 각각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한편, 정쟁의 화약고로 꼽히는 대통령실 국정감사를 연기했다.

■與野 지도부 각각 분향소 찾아

10월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11월 5일까지의 국가애도기간을 맞아 상대당을 향한 공세를 멈추고 추모의 시간에 들어갔다.

집권여당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들은 추모의 의미에서 검정색 정장을 입고 검은 리본을 달았다. 정 위원장은 지도부를 대표해 조문록에 "못다핀 꽃잎처럼 떠난 젊은이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올립니다.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철저히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정 위원장은 조문을 마치고 낮은 목소리로 "지금 이 애도기간은 슬픔을 함께 나누고 기도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당원들에게도 그런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희생자에 대한 혐오를 멈추고 추모에 동참해달라는 메시지도 냈다. 정 위원장은 같은 날 비대위 회의에서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혐오·낙인찍기가 SNS 상에 번져가고, 경찰과 소방관을 비난하는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벌써 유포되고 있다.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참사의 현장에도 시민 정신이 살아있었다"며 수백명 시민들이 사상자를 살리기 위한 심폐소생술에 나섰던 점을 평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이 대표와 지도부 일원은 헌화 및 묵념 후 곧바로 사고 현장인 이태원역 근처로 이동해 다시 한번 헌화하고 묵념했다.

이 대표 또한 사상자와 유족에 위로의 말을 전하고 "지금은 수습과 위로의 시간"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참혹한 사태가 벌어진 것에 사후 조치가 뒤따라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 참으로 황망한 상황을 맞이하신 유가족 여러분에게도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부상자들뿐 아니라 현장에서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고 뉴스를 통해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보면서 상처를 입으신 국민이 빠른 시일 안에 치유되고 마음의 안정을 회복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정미 신임 당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지도부는 서울광장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정부의 '행정 미비'에 책임을 물었다. 이 대표는 "10만명이 넘는 인파 참여가 충분히 예측됐고 이전 축제들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가 있었다"며 "수습만큼이나 이번 참사의 원인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그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정감사 일정도 일부 연기

추모 분위기 속 여야 간 난타전이 이뤄지는 국정감사 일정 또한 일부 조정키로 했다. 여야는 11월 3일로 예정됐던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에 대한 국정감사를 일주일 정도 연기하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전화 통화로 대통령실 국감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현재 벌어진 참사 컨트롤타워가 대통령실이어서 이렇게 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진성준 수석이 국민의힘 송언석 수석에게 먼저 제안했고 여당이 받아들이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다만 국회사무처와 인권위원회 국정감사와 정부예산안 심의는 당초 예정된대로 진행한다. 여야가 정쟁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양당 간 대치도 다소 완화하는 모양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일체의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 대책에 전적으로 협조키로 한 민주당과 이 대표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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