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人] 경제난 몰린 몰도바인들, "정권 물러나라" 시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유럽에서도 가장 빈국인 몰도바의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몰도바는 지리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있는데요, 면적은 대한민국의 3분의1 정도 되고 인구는 327만 명의 작은 나라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30%에 육박하며 생활고를 겪고 있는 시민들이 지난달 30일 수도 키시나우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대는 현 마이아 산두 정부의 친서방 정책을 비판합니다.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대폭 줄고 있을 뿐 아니라 러시아의 적대행위로 인해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위대는 산두 정부의 경제정책이 물가상승 저지에 실패하고 있으며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산두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농업 외엔 이렇다 할 산업기반이 없는 몰도바는 해외이주노동에 의존한 수입으로 경제가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해외 돈벌이가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친서방 노선을 걷는 몰도바는 60만명의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받아들였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뜩이나 살림이 어려운 상황에서 피란민까지 지원하려고 하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EU(유럽연합)에 도움의 손길을 벌려왔습니다.
서방도 일단 응답은 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절단이 10월 31일부터 11월 11일까지 몰도바를 방문해 경제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IMF는 최근 우크라이나전쟁과 피란민의 유입으로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을 겪고 있는 이 작은 구소련 공화국을 돕기 위해 2700만 달러의 대출을 발표했습니다. 이 돈은 몰도바의 재정 개선, 반부패 개혁 및 기타 조치의 이행을 전제로 지난 5월에 합의된 8억 달러 패키지 지원의 일부입니다. IMF는 산두 정부를 일단 신뢰합니다. 친서방 정부가 개혁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몰도바 경제는 올해 제로(0%) 성장이 예상됩니다. 친서방 노선에 불만을 가진 러시아가 지속적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일 공산이 크고 그로 인한 고물가현상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국영가스 회사 가즈프롬은 이미 10월 1일부터 몰도바로 가는 가스 공급을 30% 줄인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개전 이후, 가스 공급은 절반 이상 줄어든 상태입니다. 우크라이나 난민까지 먹여살려야 하는 산두 정부는 뾰족한 방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위대들은 산두 정권이 서방으로부터는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러시아와 척을 지게 돼 가스를 못 받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가운데 산두 정부는 경제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와인의 날(National Wine Day)'이었던 지난달 5일 전후로 몰도바 전역에서 와인 축제를 열고, 코로나19 이후 2억 달러가량 감소한 관광 수입을 늘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토양이 비옥한 몰도바는 고품질의 와인 산지로도 유명합니다. 몰도바 정부는 '따뜻한 환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해외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몰도바는 경제적으로 가난하지만, 아무 조건 없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몰도바는 아름다운 전원의 홈스테이 체험도 적극 알리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수도 키시나우시는 경제포럼(Chisinau 2022 Economic Forum, 2022. 9.29~10.1)을 열기도 했습니다. '사업하고 걷기 좋은 도시 키시나우'를 적극 홍보했습니다.
몰도바는 2014년 6월 우크라이나 및 조지아와 함께 EU와 포괄적인 경제협력협정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 가입도 신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당장 먹고살기가 힘든 국민들은 산두 정부의 반(反)러 정책이 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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