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는 ‘날개돋이’로, 포란은 ‘알품기’로 쉽게 써볼까

김지윤 기자 2022. 10. 3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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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ㅣ쉬운 우리말 쓰기
과학관·천문대 속 우리말 ⑥
변태 대신 ‘탈바꿈’
측선 비늘은 ‘옆줄 비늘’
기부는 ‘바탕부분’으로
‘산란-포란-부화’는 각각 ‘알낳기-알품기-알깨기’라고 함께 적어두면 과학관을 찾는 어린이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듯하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지난 10월27일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의왕조류생태과학관’을 찾았다. 이곳은 의왕시 왕송호수 주변에 있는데 텃새와 철새, 나그네새 97종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012년 4월 수도권 최초 담수호 테마과학관으로 문을 열었다. 의왕조류생태과학관에는 조류체험관, 조류전시실, 조류탐조쉼터, 어류전시실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돼 있다.

수서곤충은 ‘물살이 곤충’

전시실에 들어서니 녹조류, 지각류에 대한 설명이 보인다. 지각류는 보통 ‘물벼룩류’라고도 하니 쉽게 바꾸어 쓰면 좋을 듯하다. 잠자리 그림 밑에는 ‘우화 과정’이라고 돼 있다. 우화(羽化)는 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이 된다는 뜻이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를 보니 우화를 ‘날개돋이’로 순화했다.

‘물방개의 변태 과정’에서 변태(變態)는 ‘본래의 형태가 변하여 달라짐. 또는 그런 상태’를 이른다. 생활 용어 수정 보완 고시 자료를 보니 변태 대신 ‘탈바꿈’을 쓸 수 있겠다. 물속에서 사는 곤충을 통틀어 이르는 말인 수서곤충(水棲昆蟲)의 경우 ‘물살이 곤충’으로 쉽게 풀어써도 좋을 듯하다.

새 이름 중 한자어 ‘학(鶴)’에 대응하는 우리말이 ‘두루미’이고, 한자어 ‘백조(白鳥)’에 대응하는 우리말은 ‘고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어류의 구조에 대해 설명한 전시물을 보니 ‘측선 비늘’이라는 말이 보인다. 측선 비늘은 어류, 양서류의 몸 양옆에 한 줄로 늘어서 있는 줄을 말하는데 물살이나 수압을 느끼는 감각기관 구실을 한다. ‘옆줄 비늘’이라고 바꾸어도 될 듯하다.

과학관 곳곳에 ‘왕송호수 명예의 전당’ ‘왕송호수에 어떤 새들이 살아갈까요?’와 같은 재미있는 전시가 마련돼 있었다. 붉은배새매, 해오라기, 참붕어, 황조롱이, 흰목물떼새, 큰고니, 큰기러기, 저어새 등 왕송호수에 사는 다양한 조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새 이름 중 한자어 ‘학(鶴)’에 대응하는 우리말이 ‘두루미’이고, 한자어 ‘백조(白鳥)’에 대응하는 우리말이 ‘고니’다.

민물가마우지에 관한 설명에서 ‘부리의 기부는 노란색’을 보자. 기부(基部)는 기초가 되는 부분을 말하는데 행정 용어 순화 편람을 보니 기부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바탕부분’을 쓰라고 돼 있다.

산란은 ‘알낳기’로 순화

2층 조류체험관으로 이동했다. 개개비와 물총새 등이 어떻게 둥지를 만드는지 자세히 전시해두어 흥미로웠다. ‘생명의 탄생’ 전시에서 산란, 포란, 부화 등 새가 태어나기까지 단계를 차례대로 설명해두었다.

생활 용어 수정 보완 고시 자료를 보니 산란(産卵)은 ‘알낳기’라고 바꿀 수 있겠다. 알을 품어 따뜻하게 하는 일을 말하는 포란(抱卵)은 ‘알품기’로 풀어쓰니 이해하기 더욱 쉽다. 부화(孵化)의 경우도 ‘알깨기’라고 바꾸니 의미가 뚜렷해진다. ‘알낳기-알품기-알깨기’라고 함께 적어두면 과학관을 찾는 아이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듯하다.

새들의 이동법에 관한 설명도 재미있었다. 태양의 위치를 길잡이 삼는 ‘태양 컴퍼스’를 활용하는 새가 있다고 한다. 별자리를 찾아 정보를 얻는 ‘별 컴퍼스’를 이용하는 새들도 있다. 김형주 교수(상명대 국어문화원)는 “‘태양 컴퍼스’는 ‘별 컴퍼스’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해 컴퍼스’라고 할 수 있고, ‘컴퍼스’를 순화해 ‘해 나침반’과 ‘별 나침반’이라고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빼미의 눈은 인간보다 간상세포가 훨씬 많기 때문에 밤눈이 밝아요’라는 설명에서 간상세포(杆狀細胞)라는 말 옆에 ‘빛과 어둠을 느끼는 막대 모양의 망막 세포’라고 설명을 덧붙이면 이해하기 좋을 듯하다.

매는 인간에 비해 4~8배나 멀리 볼 수 있다고 한다. ‘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도 사람보다 다섯 배나 많아서 선명한 천연색 영상을 보아요’라는 설명에서 원추세포(圓錐細胞) 역시 ‘빛을 받아들이고 색을 구별하는 척추동물의 시각 세포’라고 보충 설명을 함께 달아주면 좋겠다.

새의 비행에 관한 안내문에서 ‘태양 컴퍼스’와 ‘별 컴퍼스’를 ‘해 나침반’과 ‘별 나침반’이라고 순화해도 좋겠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순막은 ‘얇은 막’으로

새의 소화 배설기관 전시로 이동했다. ‘새는 모이주머니와 모래주머니, 전위와 장을 통해 음식물을 소화해요. 그리고 총배설강이라는 배설기관으로 오줌과 똥을 배설하지요’라는 설명을 보자.

전위(前胃)는 조류의 식도 밑에 있는 위의 앞부분을 말한다. 총배설강(總排泄腔)의 뜻을 보니 ‘배설기관과 생식 기관을 겸하고 있는 구멍. 양서류, 파충류, 조류, 단공류(單孔類) 따위에서 볼 수 있다’라고 나와 있다. 전문용어 중 아직 순화어가 없거나 순화어를 문맥에 자연스럽게 대체하기 어려울 때 본문에 주석을 다는 방식을 활용하면 된다. 법률용어와 금융용어 중 이러한 방식의 표기가 널리 쓰이고 있다.

새의 잠자는 방법에 관한 설명을 보니 ‘새는 언제 천적의 위험을 받을지 몰라서 반투명한 눈꺼풀 순막을 덮은 다음 눈을 뜨고 잠을 자요’라고 돼 있다. 순막(瞬膜)은 눈의 각막을 보호하는 얇고 투명한 막을 이른다. 사전을 찾아보니 ‘상·하의 눈꺼풀 사이를 신축(伸縮)하여 눈알을 덮고 있는데 일부 어류, 조류, 파충류, 무미(無尾) 양서류에 잘 발달되어 있으며 포유류에는 흔적만 남아 있다’라고 설명돼 있다. 순막처럼 순화어가 없는 말은 주석을 덧붙이든지 ‘얇은 막(순막)’처럼 새로운 대체어를 제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얇은 막’이 새로운 말로 받아들여지면 괄호 속의 ‘순막’을 지우면 된다.

흰뺨검둥오리에 관한 설명을 보자. ‘몸길이 약 61㎝의 대형 오리로, 몸 전체가 다갈색이지요’라고 돼 있다. 다갈색(茶褐色)은 ‘조금 검은 빛을 띤 갈색’을 말한다. ‘다갈색’은 ‘카키’ 또는 ‘카키색’의 순화어인데, 때로는 순화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더 쉬운 말로 바꾸어 쓰면 되는데 ‘흑갈색’ 또는 ‘검은 갈색’이라고 써도 좋을 듯하다.

원추형은 ‘원뿔꼴’로

‘5천만년 전 호수에 살던 민물고기 화석’ 등 어류화석에 관한 설명을 보니 ‘이 물고기 화석은 1877년 에드워드 드린커에 의해 최초로 명명되었다’라고 돼 있다. ‘명명하다’의 순화어는 ‘이름 붙이다’ 또는 ‘이름 지어 붙이다’이다.

3층에 있는 어류전시실로 이동했다. 잉어에 관한 설명에서 원추형(圓錐形)은 행정 용어 순화 편람을 보니 ‘원뿔꼴’로 바꾸어 쓸 수 있겠다. 동사리에 관한 설명을 보자. ‘작은 어류 등을 섭식한다’에서 섭식(攝食)은 음식물을 섭취한다는 뜻이다. ‘새우와 게의 중간형으로 몸길이 약 50㎜, 이마 뿔을 제외한 갑각길이가 30㎜이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가재를 보자. 갑각(甲殼)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갑각류의 체표를 싸고 있는 외골격. 키틴질로 된 단단한 구조로 되어 있다’라고 돼 있다.

연준모치에 대한 안내문을 보니 ‘물이 맑고 차가운 산간계류의 바닥에 자갈이 깔린 곳에 무리를 지어 산다. 부착조류 및 동식물의 조각을 먹는다’라고 돼 있다. 부착조류(附着藻類)는 바위와 같은 견고한 표면에 붙어 살아가는 조류를 말한다. 주로 물이 있는 해양 및 하천이나 늪, 호수 등지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감수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 교수 김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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