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기업 빚 증가 세계2위, 한계기업 속히 정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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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간신히 버티는 기업들이 금융시장 중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
10월 31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의 빚 증가 속도는 세계 35개 주요국 중 2위다.
금융당국의 부채 연착륙 방안도 필요하겠지만 차주들의 책임 있는 자구책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들의 정리는 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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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금리 가계 빚도 위태
기업들 빚은 지난 1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으로 빚을 늘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10년간(2009~2019년) 기업대출 연평균 증가율은 4.1%다. 그랬던 것이 코로나 이후 2년 반 동안 12.9%로 뛰었다. 대출 전체 금액은 2019년 말 976조원에서 10월 말 1321조원으로 35%나 불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등 자금시장이 더 얼어붙고 있어 앞으로 대출에 더 쏠릴 수 있다. 기업 빚이 금융시장에 시한폭탄이 될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대출의 질을 보면 불안감이 더 커진다. 기업대출 대부분이 변동금리다. 지난달 대출잔액 기준으로 기업대출 변동금리 비중은 70%를 넘는다. 금리가 높은 비은행 기관 대출 증가율은 은행보다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상환능력은 여러 수치를 통해 취약해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전경련은 이를 근거로 "기업들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촉발될 위험이 있다"며 선제 대응책을 주문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인상기 빚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가계부채는 총량이 줄고 있긴 하나 규모로 치면 여전히 세계 1위다. IIF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GDP를 웃도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더욱이 시중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7%대까지 올라선 마당에 가계부채 폭탄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행이 지금 기조라면 연내 한 차례 더 금리인상이 유력하다. 연말 가계대출 금리는 8%를 웃돌 수도 있다. 금융당국의 부채 연착륙 방안도 필요하겠지만 차주들의 책임 있는 자구책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지금의 위기 국면은 끝이 가늠되지 않는 불확실의 연속이다. 통계청이 10월 31일 발표한 9월 산업동향을 봐도 경기하강 추세는 완연하다. 경기의 세 축인 생산, 소비, 투자가 동시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가 다시 확인됐다. 성장엔진이 꺼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다급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들의 정리는 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 대신 일시적 자금경색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적극 가려내 다시 뛰게 해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경쟁국과 비교해 과도한 법인세는 서둘러 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규제 대못을 뽑는 속도는 한층 빨라져야 한다. 이것저것 재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저비용·고효율로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은 지금이야말로 적기다. 기업과 정부, 정치권 모두가 거듭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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