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각 ‘주최자 없는 행사’… 생명안전판 급하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최형창 2022. 10. 3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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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참사'의 배경 중 하나로 행정당국의 '소극 행정'이 지적받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정부는 '안전관리 매뉴얼'을 두고 있지만, 이번 참사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의원실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재난안전법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

3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재난안전법 66조의11'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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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당국·경찰 소극적 대응 문제
이태원 참사로 제도 허점 드러나
모호한 지역축제 규정도 명확화
의원실마다 관련 법안 보완 나서
尹 “자발적 행사 대책 마련해야”
‘이태원 압사 참사’의 배경 중 하나로 행정당국의 ‘소극 행정’이 지적받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정부는 ‘안전관리 매뉴얼’을 두고 있지만, 이번 참사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번 사태는 주최자가 명확하지 않으면 안전은 방치되기 쉽다는 사실이 증명된 사례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의원실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재난안전법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축제와 같은 시민 여가 생활에 자칫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통제가 심해지는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있는 만큼 법안 보완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눈물의 헌화 한 청년이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를 마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날 전국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불의의 사고로 짧은 생을 마친 154명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남정탁 기자
3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재난안전법 66조의11’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 조항은 지역축제 개최 시 안전관리 조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안전관리 적용 대상을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지역축제 등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지역축제’의 정의는 담지 않았다. 아무리 많은 인파가 몰리고 안전 우려가 있어도 지자체장이나 행안부가 지역축제로 판단하지 않으면 책임을 빠져나갈 수 있다.

현행법과 시행령하에서도 당국이 ‘적극 행정’에 나서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공직 사회를 움직이려면 제도화를 통한 예방 조치가 최선이라는 의견도 적잖이 나온다. 핼러윈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에는 서울 시내 주요 거점에 인파가 몰리는 만큼 사고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어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주최자가 없는 행사일지라도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일정 인원 이상이면 지자체나 경찰, 소방이 나서서 조치할 매뉴얼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며 “‘단위면적당 몇 명 이상 모일 시’ 등을 규정할 수 있다. 각종 논문에 따르면 ㎡당 6∼7명이 모이면 혼잡한 공간이라고 해서 넘어짐이나 충돌 현상이 발생하는데 그런 것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주최자가 없을 때 불분명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이긴 한다”면서도 “다만 아직 사고 원인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어서 무작정 발의하기보다는 1일 관계 부처 현안보고를 들은 뒤 판단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경찰이 지난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자체뿐 아니라 경찰에서도 주최가 불분명한 다중 인파 안전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최 측이 없는 다중 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 관련 매뉴얼은 없다”며 “주최 측이 있는 경우 사전에 지자체와 경찰, 소방, 의료 등 유관 기관이 역할을 분담해 체계적으로 대응한다. 이번 사고는 그런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경찰이 당초 예고한 200명이 아닌 137명만 배치한 것도 논란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진행한 확대 주례회동에서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인파 사고 예방 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이재명 부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주최자가 없는 경우 선제적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지자체가 최소한의 안전 조치와 차량, 인원 통제를 경찰에 협조 요청하고, 경찰도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지자체에 긴급 통보하는 시스템에 대해 (앞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최형창·권구성·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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