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 또 요동치려나…밀값 하루만에 5.5% 급등
옥수수·대두도 1~2% 올라
"장기화땐 곡물가 10% 폭등"
러시아가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의 이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다시 뜀박질하고 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촉발됐던 푸드플레이션(식품 가격 급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 가격은 31일(현지시간) 전 거래일에 비해 5.5% 급등한 부셸당 8.75달러에 거래됐다. 옥수수와 대두 선물 가격도 급등했다. 옥수수는 이날 2.4% 오른 부셸당 6.97달러, 대두는 1% 오른 부셸당 14.13달러에 거래됐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29일 크림반도에 주둔한 자국 흑해함대를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공격했다는 이유로 흑해협정의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전쟁 개시 이후 봉쇄된 흑해 항로의 안전을 보장하고, 안전 통로를 통해 양국의 곡물과 비료를 수출하는 데 합의했다. 이른바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 협정을 통해 국제 곡물 가격은 안정세를 찾았다. 러시아의 협정 이행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주요 곡물 가격은 10%까지 폭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방에선 최근 전쟁에서 고전하는 러시아가 '식량 무기화'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협정 파기는 전 세계 식품 가격 급등을 초래해 인플레이션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빈국에는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發 곡물대란 재점화
"최악 시나리오, 희망 산산조각"
밀 수입 의존 높은 빈국 비명
러시아가 흑해 곡물 수출 협정 이행을 중단하면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벌써 난항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회기반시설부는 러시아가 협정 이행 중단을 선언한 후 발이 묶인 자국 선박 가운데 일부만을 출항시켰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사회기반시설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2척의 곡물 수출선이 우크라이나에서 출항했다"며 "오늘 이들을 포함해 12척이 출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 사회기반시설부는 지난 29일 선박 218척의 출항이 막혔다고 전했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자급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발도상국 위주로 다시 식량안보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단체인 국제구조위원회(IRC)는 "러시아의 이번 결정은 재앙으로 이어져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에도 곡물 수출길이 막혀 우크라이나 항구에 밀 2000만t이 억류됐다. 이 같은 봉쇄 조치로 밀 수입 중 90% 이상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는 동아프리카 등에서 기아와 빈곤 위기가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시왓 사라프 IRC 동아프리카 비상국장은 "유엔 중재로 (지난 7월) 체결됐던 당시 협정은 개발도상국들에 한 줄기 빛을 가져왔지만, 지금은 그 희망마저 산산조각이 났다"며 "특히 가장 빈곤한 나라에 속하는 예멘과 소말리아 등은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리프 후사인 유엔세계식량계획(WFP) 경제 분야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의 이번 결정에 수십 개국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세계 위기가 겹친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협정 이행 중단은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협정 이행 중단이 길어질수록 곡물 가격 상승세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상황은 우크라이나 농부들이 작물을 재배해도 판로가 막혀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일이다. 마이클 매그더비츠 런던 라보뱅크 선임분석가는 "소비자들이 단기적으로는 생활에 필요한 곡물을 구할 수 있겠지만, 우크라이나의 수출 공백이 길어진다면 공급 부족으로 곡물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래보드 미국 워싱턴 국제식량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의 이번 조치가 악재로 작용해 곡물 가격이 앞으로 5~10% 더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중재한 유엔과 튀르키예 등은 협정을 복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국 함대 공격의 진상 조사를 마치기 전까지 협정 이행 재개 등 새로운 조치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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