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레터 600] 꽃봉오리 154송이, 어찌 보내리

2022. 10. 31. 18: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ISSUE 01
검정색 출근길

오늘 출근길엔 유독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이 많았습니다. 참혹한 주말을 보내고 난 뒤 마치 온 국민이 상주가 된 것 같습니다. 내 자식이, 내 친구가, 내 동생이 푸르른 젊음을 너무나 허망하게 잃기라도 한 것처럼 유족의 상실감에 공감하기 때문이겠지요. 마치 내가 상을 당한 것처럼 참담하고 무력한 기분을 어떻게 할지 몰라 국화꽃 한 송이 들고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서울광장의 합동 분향소를 찾습니다. 생이별의 고통을 짊어진 유족을 위로하고 이들이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로해야 할 때입니다.
ISSUE 02
부끄러운 도심 참사

애도와 위로 속에서도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어떻게 안전망이 뚫린 것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수많은 인파, 좁고 위험한 골목길 때문이라는 설명만으론 젊은 생명이 왜 희생됐는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사고 전날인 28일에도 수만 명이 몰렸습니다. 토요일이자 사고 당일인 29일엔 인파가 더 몰릴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이나 담당 구청은 대비책이 허술했습니다. 해마다 이맘 때 이태원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늘었는지,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제대로 인파 단속을 했는지, 매뉴얼에 구멍은 없었는지 오늘 뉴스룸에서 짚어드립니다.
ISSUE 03
만약에 우리가

참사가 일어난 뒤 '만약에…'라는 말은 덧없기만 합니다. 위험 신호를 미리 알아차렸다면, 다른 행사 때와 비슷한 조치를 했다면, 차량 통행을 막아 공간을 확보했더라면…안타까운 가정을 아무리 더해보아도 세상을 등진 이들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과 사고 몇 시간 전에, 어쩌면 막을 수도 있었던 그 순간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봐야 합니다. 두 번 다시 '만약에'라는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순간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비극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