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韓 원전 경쟁력 입증…美 웨스팅하우스와 소송은 과제
원전 노형기술-적기 시공 등 장점
폴란드 정부 사업은 미국에 빼앗겨
우리나라가 폴란드에 한국형 원전 노형을 수출하기로 하면서 확실한 원전 수출 '트랙 레코드'를 구축할 전망이다. 특히 유럽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원전 수주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강력하게 추진한 원전 수출 정책에 힘입어 수주 실적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우리 정부가 추진하던 폴란드 루비아토브-코팔리노 사업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차지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또 원천 기술을 갖춘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소송도 진행되고 있어 향후 한미 원전 수출 동맹에도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수출을 확정하면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형 원전 APR1400의 수출을 달성하게 된다. 지난 8월 확정된 이집트 엘다바 원전 기자재 수출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사례다. 우리나라는 원전 기자재는 물론 한국형 원전 노형 APR1400 수출 실적을 확실하게 마련했다.
APR1400은 우리나라의 주력 원전 모델인 OPR1000을 개량해 개발한 원전 노형이다. 1992년부터 2001년까지 국가 과제로 개발했다. 발전용량 1400㎿, 계속운전 갱신기한은 60년이다. 내진성능을 강화하는 등 안전성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 정부는 주요국에서 인증을 취득하면서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2017년 11월에 유럽사업자협회로부터 APR1400의 유럽 수출형인 EU-APR 표준설계의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받았다. 2019년 8월에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설계인증(DC)을 취득했다. 이 같은 기술개발의 결과가 수출 실적으로 이어졌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한국의 APR1400 원자로는 3플러스(+) 세대 노형으로 가장 진보된 안전·보안설비를 갖추고 있다”면서 “제팍(ZE PAK)이 한국수력원자력에 협력을 요청했다는 것은 세계 원전시장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한국 원전산업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전 건설 경쟁력이 우수해 다른 나라에 비해 확실한 강점을 갖췄다. 세계적으로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이 꼽힌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 등을 배제하는 움직임을 고려하면 안전한 원전 노형 기술과 적기에 원전을 시공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건설 경쟁력이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폴란드 정부는 기존 루비아토프-코팔리노 사업 외 민간 주도 퐁트누프 원전 사업을 신규로 추진하면서 우리나라의 APR1400을 활용하기로 했다. 당초 폴란드 정부는 '폴란드 에너지정책 2040'에 따라 원전 6기(6~9GW) 규모의 루비아토프-코팔리노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약 400억달러(57조원) 규모로 정부간협약(IGA)에 의한 발주로 진행했고,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최종 수주업체로 선정했다. 하지만 올해 민간 분야에서 추진된 퐁트누프 원전 사업은 우리나라와 계약하면서 '투 트랙'으로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폴란드 정부에서는) 미국과 전략적인 관계를 고려하면서 가장 최신의 원전을 빠르게 지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수주로 향후 진행될 체코 등 원전 사업에서도 우리나라 경쟁력을 입증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너지 안보'에 민감한 유럽에서 트랙 레코드를 확보하면서 확실한 경쟁력을 입증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지난 8월 이집트 엘다바 원전 기자재 수출에 이어 폴란드 원전까지 원전 산업 생태계 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원전 수출 의지와 정책이 뒷받침된 성과로 평가했다.
박 차관은 “이집트 사업은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감 생태계가 끊기지 않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정부가 당초 수주를 노렸던 폴란드 루비아토프-코팔리노 사업을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뺏긴 것은 과제로 남는다. 또 웨스팅하우스가 루비아토프-코팔리노 원전 수주 과정에서 APR1400에 소송을 제기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한수원과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미국 수출입통제법에 따라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의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취지 소송을 미국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협력 등 '원전 동맹'을 공식화했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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