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잭팟' 기대"…韓, 40조+α 폴란드 원전 수주 '청신호'
사상 첫 유럽지역 원자력발전(원전)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커졌다. 최대 4기의 폴란드 원전 건설계획 수립에 참여키로 했는데, 사업 규모가 최소 40조원대에 달한다. 실제 수주가 이뤄질 경우 지난 2009년 약 20조원 규모의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에 최대 승전보로 기록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폴란드의 국유재산부, 민간발전사 ZE PAK, 국영 전력공사 PGE와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폴란드 원전 개발계획 수립 관련 양국 기업간 협력의향서(LOI)와 정부부처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LOI에 따르면 한수원과 ZE PAK, PGE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240㎞ 떨어진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이 독자 개발한 3세대 원자로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원전 개발 계획의 공동 수립을 추진한다. 해당 지역은 현재 ZE PAK이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곳이다. 양국은 석탄발전소 부지와 인근 지역을 합쳐 최소 2기에서 최대 4기의 원전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규모는 최소 300억달러(43조원)으로 추산된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폴란드 해당 부지 석탄발전소의 기능이 다해 발전소 부지와 인근 부지에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수주할 경우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로 13년 만에 한국형 원전 수출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등은 지난 8월에도 러시아 주도의 이집트 원전 엘다바 프로젝트에서 약 3조원 규모의 일감을 따냈으나 주기기가 아닌 기자재를 공급하고 터빈 등을 시공하는 사업이었다.
박 차관은 "원전 건설은 최소 2기부터 최대 4기로, 사업 규모는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원전 4기에 대개 300억달러 규모"라며 "착공 시기는 연도를 특정할 수 없지만 2026년 즈음이거나 이보다 늦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국간 협력은 '폴란드 에너지정책 2040'(PEP 2040)에 포함된 기존 폴란드 정부 주도의 원전 계획을 보완하기 위해 신규로 추진되는 원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6~9GW(기가와트) 규모로 원전 6기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정부 주도의 원전 계획의 경우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박 차관은 "폴란드의 정부 주도, 민간 주도 사업은 병행돼서 진행하는 것으로 폴란드 입장에서는 최근 건설 경험이 있고 가장 빨리, 저렴하게, 제대로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며 "폴란드에 대한 한국형 원전 수출의 경우 절차상으로는 시작 단계"라고 설명했다.
한수원과 폴란드 기업은 퐁트누프 부지에 대한 지질공학, 내진, 환경조건 분석을 수행하고, 상호간에 제안된 파이낸싱 모델에 따라 사전 작업-건설-운영 단계별 예산을 추산한다. 아울러 해당 프로젝트 이행시 미치는 영향을 정의·분석하고,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이정표를 마련한다. 또 올해 말까지 해당 내용이 포함된 신규 원전에 대한 기본계획을 준비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한국 입장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에 원전 노형 수출의 물꼬를 텄고, APR1400의 우수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최종 계약이 성사될 경우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원전업계에 일감을 제공함으로써 국내 원전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은 "폴란드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원전은 폴란드 상황, 특히 현재의 지정학적 여건을 고려할 때 필수적"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확실히 양국 간의 비즈니스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이자 폴란드가 한국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 당시 폴란드 대통령에게 APR1400 홍보책자를 전달하며 현지 원전 사업에 대한 참여 의지를 피력했다. 같은 시기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폴란드를 방문했다. 이에 폴란드측은 지난 8월부터 협력 의사를 타진해 왔으며 2개월 만에 LOI와 MOU를 체결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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