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밀린 폴란드 원전 수주전, 민간 주도 사업에는 ‘우위 확보’
최근 폴란드 정부 주도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경쟁에서 미국에 밀린 한국수력원자력이 앞으로 민간 주도의 원전 건설 사업에서는 양해각서(MOU)를 맺고 초기 주도권을 확보했다. 방한한 폴란드 부총리는 수주액이 최소 1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원전 수출에 대한 본계약까지 성사될 것처럼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3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해 폴란드 민간발전사 제팍(ZEPAK), 폴란드 국영 전력공사 PGE와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이창양 장관과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의 원전 개발 계획 수립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사업은 가압경수로 6기를 건설하는 폴란드 정부 주도의 원전 사업과는 별도로 추진된다. 한수원은 폴란드 정부 주도 원전건설 사업에서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지만 최종 탈락했다.
정부는 당초 이번 민간 주도 원전 건설이 예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폴란드의 민간 주도로 추가 원전 건설 추진에 대해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최신형 원전을 최대한 빨리 건설하려는 폴란드 정부의 내부적인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번 협력의향서에는 한국형 원자로 노형인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원전 개발계획 수립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노형 수출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이다.
다만, 아직 원전 건설 규모와 시기는 확정되지는 않았다. 박 차관은 “최소 2기에서 최대 4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하는 것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건설 예정지가 화력발전소 용지로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도 상대적으로 좋고, 저수지도 있어 용수 측면에서 유리하고 송전망도 구축돼 여건은 좋다”고 설명했다. 사신 부총리는 업무협약과 협력의향서 체결식 이후 진행된 한·폴란드 언론과의 기자 간담회에서 해당 사업에 대한 한수원의 본계약 체결 가능성을 묻자 “100%”라고 답했다.
한수원 등 3개사는 원전 건설을 위한 부지 조사에 먼저 착수할 예정이다. 내진과 환경 조건 등 분석을 거쳐 소요되는 예산에 대한 검토 이후, 올해 말까지 신규 원전에 대한 기본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폴란드 정부 주도의 원전건설이 2026년 착공하는 만큼 비슷한 시기에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타당성 조사에 약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전 1기당 건설비를 5조∼7조원대로 추산할 경우 전체 수주액은 최소 10조원 이상, 최대치는 3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정부 주도의 원전 건설 사업에서는 앞서 탈락해 향후 수주전에서도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술력과 경제성 모두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였지만 미국과의 군사적 관계를 고려해 미 업체에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또한 원전건설을 위한 사업자 선정을 앞둔 체코도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다. 체코 원전도 한전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가 경합 중이다.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소송도 부담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1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한국전력과 한수원의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에 자사의 기술이 이용됐다면서 한국형 원전 수출을 제한해달라고 요청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2009년 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할 당시에도 지식재산권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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