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리멤버' 이성민 "첫 80대 연기 도전, 설득력이 관건"

김선우 기자 2022. 10. 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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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이성민에게도 '리멤버'는 구미 당기는 새로운 도전이다.

이성민은 최근 개봉한 영화 '리멤버(이일형 감독)'에서 80대 알츠하이머 환자 역할을 소화했다. 친일파 복수까지 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일형 감독은 역할에 맡는 나이대 비슷한 배우가 아닌, 이성민을 택했다. 이성민은 "리얼리티 면에서 그 나이에 맞는 배우가 적합하지 않나 감독님과도 많이 상의했다"면서도 "체력적인 문제나 여러 이유로 내게 주신 거 같다. 잘해내기 위해 분장 고민도 많이 했고 테스트도 많이 했다.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영역이었다"고 미소지었다.

이어 세대를 뛰어 넘은 브로맨스 호흡을 맞춘 남주혁에 대해서는 "많이 힘들었을텐데 잘 해줬다. 군대도 잘 다녀오길 바란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감정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힘든 서사와 역할이다.
"큰 의미를 가지고 시작하진 않았다. 이야기가 좋았고 캐릭터가 할 만하겠다 싶었다. '재밌겠는데'라는 생각으로 했다. 역사적인 신념 가지고 한 건 아니었다."

-젊은 세대와 소통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남주혁과 소통은 잘 됐는지.
"좋았다. 일부러 더 좋아지려고 노력을 한 적은 없는 거 같다. 처음 만날 때부터 편했다. 그 아이는 어리게 느껴지진 않았다. 작품을 같이 한 임시완보다 훨씬 나이가 많더라. 그런데 시완이는 지금 봐도 애기 같은데 주혁이는 그런 느낌 안들었다."

-남주혁과 브로맨스 케미는.

"주혁이가 힘들겠구나 싶었다. 관객들이 남주혁의 시선에서 따라가는데 큰 몫을 했다고 했다. 케미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는 것보다 언제든 맞춰볼 수 있는 분위기였던 거 같다. 그런 앙상블로 인해 도움이 많이 됐다. 난 사실 거의 브로맨스만 한다. 로맨스도 해야 하는데 브로맨스 전문이다. 상대 배우 복이 많았다."

-'검사외전'에 이어 이일형 감독과도 재회했다.
"캐스팅을 제안받고 '왜 나를!'이라고 생각했다. 역할에 맡는 그 나이의 배우를 써야하는거 아니냐고 했다. 영화에 리얼리티라는게 있는데, 그 지점에 대해 이야기 했었고, 감독님과 상의도 많이 했다. 감독님 나름은 지금의 선택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이후엔 분장에 대한 이야기 많이 했다. 함께 출연한 박근형 선생님 등은 실제 그 연세인데 그분들과 함께 섰을 때 이질감 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테스트도 많이 했다. 기존에도 더 많은 나이의 역할을 소화한 배우들도 있었지만 그거보다는 더 나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처음엔 분장도 여러 시행착오 겪으면서 시간 줄여갔다."

-분장 뿐 아니라 걸음과 말투도 바꿔야했다.
"치밀하게 계산한 건 아니고, 본능적으로 그랬나 보다. 촬영 전부터 노인이 되어야겠다 잠재됐던 거 같다. 촬영 중반 쯤인가 목이 불편하기 시작해서, 촬영 끝나고도 한참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 중 제일 나이 많다.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관객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내가 노인이 된 모습을 설득시키는 게 가장 중대하다 생각했다. 그것이 영화를 보는 데 방해되지 않아야 했다. 영화 처음 찍고 나서 기술 시사할 때도 제일 먼저 물어본 게 '어색하지 않았냐'였다."

-액션도 있는데 강도 조절은 어떻게 했나.
"액션이 그다지 많진 않다. 달리거나 뛰는 정도에 엘리베이터 싸움 신 정도다. 액션의 리듬과 템포가 있는데 그거보다 좀 더 느려야 했다. 그 긴장감은 촬영이나 다른 부분으로 커버해야 했다. 간단한 액션인데 힘들었다. 박근형 선생님은 촬영 중 부상이 있음에도 끝까지 신을 소화하셨고 너무 감동이었다. 옛날 액션 영화 많이 하셨다고 하더라. 너무 잘하셔서 깜짝 놀랐다."

-이 이야기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그 시대를 겪은 할아버지와 그 시대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청년의 이야기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그거 같다. 같이 기억하고 가자는 거 아닐까. 관객들이 '또 그 이야기인가' 할까 봐 걱정도 됐지만, 아직도 논란이 되고 치유가 되지 않은 이야기이지 않나. 우리 영화가 그런 지점에 있어서 개봉할 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 했다."

-앞으로 선보일 작품도 많다.
"우선 '리멤버'가 개봉하게 돼 기쁘다. 요즘은 '형사록' 시즌2 촬영 중이다. '대외비', '핸섬가이즈', '서울의 봄'도 촬영을 다 마친 상태다."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고위직은 많이 했지만 재벌 총수 역할은 처음이다. (송)중기랑 너무 좋았다. 같이 해서 행복했다. 기존에 봤던 재벌 모습과 다를 거 같다. 그러길 바랐다. 조금 더 품위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랐다."

-쉼 없이 일하는 듯 하다.
"직장인과 똑같다. 사실 쉴 때도 있는데 오래 전에 작업한 게 이제 나오고 그래서 더 다작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 보다(웃음)."

-연기할 때 원동력은.
"내가 나 아닌 삶으로 살았던 시간을 계산해보면 인생의 3분의 1 이상인 듯 하다. 근데 그게 더 편했다. 연극도 많이 했다. 20대 때 많이 할 땐 1년에 4편도 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맞이하고 살았던 게 좋았고, 지금도 현장이 더 편하다. 물론 어려운 신이나 캐릭터 할 땐 스트레스 많이 받지만 재밌다."

-연기적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나.
"힘들 땐 잠도 못 이루기도 한다. 그런데 거듭할수록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깨달았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나 그런 걸 상대 배우나 감독이나 촬영이나 이런 분들이 나를 돕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때 많이 힘들었고, 많이 협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감독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나마 요즘은 좀 더 편해진 거 같다. 예전에는 그 신을 해결 해야 한다는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그 후로 현장이 조금 더 편해졌다."

-남주혁이 12월에 입대한다. 격려의 한마디를 해준다면.
"다 가는 군대인데 잘 적응할 거 같다. 건강하고 무사히 마치고 왔으면 좋겠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일반 시사관이 꽉 차서 뭉클했다. '기적' 땐 사회적 거리두기 했어야 했기에 아쉬움이 있었다. '리멤버'의 객석이 꽉 차면 더욱 행복할 거 같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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