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차기 원전 수주 '청신호'…한수원, 최대 4기 건설 단독협상

퐁트누프 2~4기 민간 주도 신규건설, 한국형 원전 노형 수출 첫발
최대 4기 건설 시 이집트 엘다바 원전 경제비용 40조원 웃돌 듯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폴란드 정부 주도 원자력발전(원전) 수주에 고배를 마신 우리나라가, 폴란드가 추가로 계획 중인 2단계 원전 수주에 있어서는 의미 있는 계약을 체결하며 한발 앞서간다.

2단계 프로젝트는 애초 폴란드 정부에서 추진하는 6기 원전 신규 건설사업 건은 아니지만, 민간부문에서의 추가하는 원전 건설이다.

최종 계약 시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에 이어 13년 만에 '한국형 원전 노형' 수출이라는 성과에 더불어 유럽에서 우리 기술력으로 짓는 순수한 첫 원전 노형 건설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이창양 장관과 야체크사신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폴란드 퐁트누프(Pątnów) 지역 원전 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양국 기업 간 협력의향서(LOI:Letter of Intent) 및 산업부-폴란드 국유재산부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폴란드 민간발전사 ZEPAK(제팍), 폴란드 국영전력공사 PGE 등 양국 3개 기업 CEO가 체결하는 협력의향서는 이들 3개사가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원전 개발계획 수립을 추진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폴란드는 퐁트누프 지역에서 현재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운영 기한이 도래함에 따라 신규 원전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양국 정부 간 MOU는 이 같은 민간 부문의 프로젝트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협약서에는 양국 기업이 추진하는 퐁트누프 원전 프로젝트를 양국 관련 부처가 지원하기 위해 협력하고, 주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협력을 심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 정부는 이번 LOI와 MOU 체결은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원전 수출 의지와 정책이 뒷받침된 성과로 평가했다.

산업부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에 두 번째 원전 노형 수출의 물꼬를 트고, 우리가 개발한 전기출력 140만 킬로와트급(1400MWe) 한국형 신형 경수로인 APR1400의 우수성을 확인했다는 데 상징성을 부여했다.

또 수주가 확정되면 지난 8월 이집드 엘다바 프로젝트에 이어 일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원전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더해 양국 간 산업·경제분야까지도 협력의 수준과 깊이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사업은 애초 폴란드 정부 주도로 6~9GW(기가와트) 규모의 가압경수로 6기를 짓는 프로젝트와는 별건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원전 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구체적인 사업규모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해당 지역에 수명이 다한 화력발전소를 폐기한 뒤 발전소 부지를 포함한 인근 지역에 원전 2~4기를 짓는 안이 유력히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확정 시 구체적인 경제비용을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이집트 엘다바 원전 4기 건설에 40조원의 비용이 투입된다는 점과 유럽이라는 지리·환경적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를 훨씬 웃도는 경제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할 3사는 연말까지 원전 건설에 대한 계획을 공동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퐁트누프 부지에 대한 지질공학·내진·환경조건 분석 작업을 진행한다. 또 상호 간 제안된 파이낸싱 모델에 따라 '사전작업-건설-운영 단계별 예산'을 추산하고, 본격적인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계획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서 야체크 사신(Jacek Sasin)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은 "국유재산부는 제팍(ZEPAK)과 PGE가 한수원과 협상을 시작했고, 폴란드와 한국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소식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확실히 양국 간의 비즈니스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인 동시에 폴란드가 한국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장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원전 수출 의지와 정책이 뒷받침된 성과"라며 "2009년 UAE 바카라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에 원전 노형 수출의 물꼬를 텄고, APR1400의 우수성을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종계약이 성사된다면 일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원전 업계에 일감을 제공함으로써 국내 원전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리나라는 폴란드 정부가 주도하는 원전 6기를 신규로 짓는 이른바 1단계 프로젝트에 한수원이 해당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제안서를 내고, 미국(웨스팅하우스), 프랑스(EDF)와 경쟁했지만 결국 사업권은 미국에 돌아갔다.

폴란드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동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한 안보 불안이 직접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서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보다 확고히 해야 한다는 폴란드 정부의 정무적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비록 폴란드 정부 주도 6기 원전을 짓는 사업에는 고배를 마셨지만, 민간부문에서 이뤄지는 추가 원전 프로젝트에서 우리나라 수주 가능성은 높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일단 해당 프로젝트는 우선계약대상자 선정 등을 위한 공개입찰로 진행되지 않고, 폴란드와 우리나라 단독 협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수주 건이 3자에게 넘어갈 가능석이 적다는 게 이유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