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러브콜' 유럽 수출 물꼬 튼 韓 원전…앞으로 과제는
정부가 폴란드에서 원전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원전업계도 들뜨고 있다. 수주가 성사되면 한국 원전의 첫 유럽 진출이다. 인접국가인 체코 원전 사업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 과제로 삼은 윤석열 정부의 목표 달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1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사업 규모가 최소 300억 달러(43조원)으로 추산되는 폴란드 원전 건설계획 수립에 참여하게 되자 업계에 활기가 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폴란드의 국유재산부, 민간발전사 ZE PAK, 국영 전력공사 PGE,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폴란드 원전 개발계획 수립 관련 양국 기업간 협력의향서(LOI)와 정부부처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OI 서명은 협상 초기 단계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한국이 원전 건설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수원과 ZE PAK, PGE는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이 독자 개발한 3세대 원자로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원전 개발 계획을 공동 수립한다. 해당 지역은 ZE PAK이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곳이다. 양국은 석탄발전소 부지와 인근 지역을 합쳐 최소 2기에서 최대 4기의 원전을 건설한다. 착공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산업부는 2026년 즈음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수원 등은 지난 8월에도 러시아 주도의 이집트 원전 엘다바 프로젝트에서 약 3조원 규모의 일감을 따냈지만 러시아형 가압수형원자로(VVER)-129의 기자재를 공급하고 터빈 등을 시공하는 사업이었다. 이번 사업은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로 13년 만에 한국형 원전 수출이 이뤄지는 것으로 주기기까지 우리 손으로 공급하게 된다.
글로벌 원전 주기기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 등에도 호재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 관련 수주액을 6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폴란드 수주가 확정되면 주기기까지 공급하기 때문에 전체 수주액에서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업계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9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수주한 400억 달러 규모 폴란드 원전 사업의 주기기 등도 두산에너빌리티가 납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폴란드 정부가 주도하는 이 사업은 400억 달러 규모로, 정부가 주도해 6∼9GW(기가와트) 규모의 원전 6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미국은 1979년 TMI-2호기 원전 사고 이후 지난 40여년간 원전을 건설하지 않았다. 원천기술은 있지만 건설 관련 노하우가 부족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웨스팅하우스의 주력 원자로인 AP1000 주기기를 공급해왔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산먼과 하이양 원전은 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하고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주기기를 제작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머 원전과 조지아주 보글 원전의 주기기도 두산중공업이 공급했다.
웨스팅하우스 AP1000 주기기 공급업체로 일본 미쓰비시(Mitsubish)도 거론되지만, 업계에선 해외 사업 경험이 더 많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전 협력에 합의했다. 한국은 지난해와 올해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상업운전을 성공시키는 등 최신 실적도 보유했다.
그동안 한국이 원전을 수주한 지역은 중동 위주였는데 폴란드 원전 수출이 확정되면 유럽 원전 수출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과 미국, 프랑스 3파전 양상인 체코의 8조원 규모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사업 수주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체코 원전은 두코바니 지역에 1.2GW(기가와트) 규모의 원전 1기를 짓는 사업으로, 지난 3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EDF를 대상으로 입찰이 개시됐다. 올해 11월 중 입찰서 발송 후 2024년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체코는 추후 최대 3기의 추가 신규원전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2030년까지 1.4GW 규모의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한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를 대상으로 사업 참여를 위한 입찰제안서 제출을 요구했다. 사우디는 장기적으로 16기를, UAE는 바라카 1~4호기 외에 5·6호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출이 성사되면서 국내 원전업체들의 먹거리 걱정을 덜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수급이 어려워진 만큼 친환경 에너지원인 원전 수요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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