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자같은 어린 생명들 불쌍해 왔다"…합동분향소 추모 행렬
"더이상 희생자 없었으면"
이태원역에 국화·편지 가득
서울광장에도 남녀노소 긴줄
"내 또래인데…" 고개 떨궈
온라인선 수십만개 검은리본
◆ 이태원 대참사 ◆
31일 서울시가 서울광장에 마련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시민들은 마치 자기 자식을 잃은 것처럼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신규순 씨(74)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안타깝고 우리 손자 같은 어린 생명들이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하늘나라에 가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정부 등에서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무원 연 모씨(44)도 "젊은 청년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황망한 생각이 들어서 왔다"며 "과거 서울 한복판에서 삼풍백화점 사고가 발생했을 때처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어 충격"이라고 말했다.
학생들도 비슷한 나이대 청년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비통한 심경을 전하며 분향소를 방문했다. 이재은 씨(24)는 "최근 뉴스를 보다가 마음도 안 좋고 추모를 하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원 통제 방법과 압사 상황 등에 대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금요일 밤에도 많은 사람이 몰려서 지인이 위험했다고 들었다"며 "(이태원에) 사람이 몰릴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경찰을 배치할 때도 골목에서 통제하든지 적절한 대처가 이뤄졌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이후 8년 만에 최대 인명 피해가 난 만큼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오는 5일까지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안타까운 희생에 대한 넋을 기린다. 서울시는 운영 첫날인 31일 오후 5시까지 서울광장 분향소에 4038명, 25개구 분향소에 5339명의 추모객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경기도 강원도 경남도 등 전국 17개 시도에서도 분향소를 차리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가을철을 맞아 예정됐던 행사도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황망한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시신이 안치된 인근 병원을 찾기도 했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장례식장에 꽃을 들고 온 공 모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아이들에게 생존 수영을 배우게 할 만큼 큰 사고가 나고 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쉽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로 사고에 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사고 현장 주변에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고 다음날부터 사고 현장과 인접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는 시민들이 조화·술·편지 등을 놓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이 차려졌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는 이날 오후 추모 공간을 찾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추모기도회를 열었다. 조계종 사노위 관계자들이 염불을 외는 동안 옆에서 기도하던 30대 회사원 정 모씨는 "주변에 사고 피해자는 한 명도 없지만 희생자들이 나나 내 친구와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염불을 외는 것까지 보니 가까운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하는 것 같아 슬프다"고 말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이외에도 이태원 주변 곳곳에 시민들이 두고 간 조화가 놓여 있다. 영업을 멈추고 임시휴업한 주변 상가 1층에 국화 꽃다발을 두고 간 대학생 이 모씨(23)는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 여기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왔다"며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이렇게라도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주변에 살고 있다는 주민 한 모씨(48)는 "혈기 넘치는 젊은 사람이나 외국인이 모이는 핼러윈 때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지니 전부터 불안했다"며 "지금 사람들이 추모하고 경찰이 요란하게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다 말고'가 아니라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도 누리꾼들의 발길이 계속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전날 이태원 사고 사망자 애도를 위한 추모 게시판을 열었다. 이날 오후 3시 20분 기준 네이버 앱 온라인 추모에는 이용자들이 42만명 넘게 참여했다. 네이버는 모바일 앱 메인 검색창 위에 검은 리본 이미지와 함께 '깊이 애도합니다'는 문구가 적힌 탭을 만들었다. 이 버튼을 누르면 네이버 온라인 추모 게시판으로 연결되며 게시판에는 흑백 국화 이미지와 '이태원 사고 사망자를 애도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또한 '실시간 뉴스' '분향소 안내' 탭도 마련됐다.
카카오 추모 게시판에도 피해자들을 애도하는 댓글이 3만5000개 이상 달렸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더보기 탭'에 온라인 추모 공간을 차렸다. 카카오는 '온 마음을 다해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추모의 마음을 남겨주세요'라는 글로 추모 게시판을 꾸렸다. 다만 댓글로 인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추모글 작성은 제한됐다. 카카오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정해진 문구로만 댓글을 남길 수 있고 네이버는 아예 댓글 작성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한상헌 기자 / 박홍주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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