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해설작가들이 '눈에 선하게' 읽은 책은 [작가의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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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해설작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번역가다.
이어 "언뜻 화면해설작가의 작업과 책이 정반대인 것 같지만, 둘다 정보를 다른 감각으로 바꿔 전달하는 일이라 통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화면해설작가로 일하다 보면 '내가 시각장애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해 끊임 없이 의문을 갖게 된다"며 "이 책을 통해 '이토록 다양한 시각장애인들이 있구나' 하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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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눈에 선하게> 출간 눈에>
화면해설작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번역가다. TV 드라마, 영화 등 영상에 나오는 인물의 몸짓과 표정, 풍경을 말로 설명해주는 대본을 쓴다. 이들의 목표는 결국 눈으로 안 봐도 '눈에 선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화면해설작가의 세계를 소개하는 책 <눈에 선하게>를 함께 쓴 화면해설작가 권성아(51), 김은주(46), 이진희(46), 임현아(37), 홍미정(51) 작가 다섯 사람을 최근 만나 '인상 깊게 읽은 책'을 물었다.
글쓰기 비결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술술 읽히는 문장, 독자를 울고 또 웃기는 매끄러운 전개… 책을 읽다 보면 저자들의 글쓰기 내공을 실감할 수 있다.
물론 화면해설작가에게는 매일이 글쓰기 훈련이다. 이들은 10년 넘게 화면해설작가로 일해온 베테랑 작가들이다. 안 보고도 본 것처럼 이해시키는 글을 날마다 써내는 사람들이다. 대사와 음향효과 사이, 좁은 틈에 효과적인 해설을 끼워 넣느라 머리를 쥐어뜯는 게 일상이다. 임현아 작가는 “다큐멘터리, 역사극 등을 설명하려면 다양한 배경지식이 필요해 늘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도 책을 읽으며 글쓰기에 실마리를 얻는지, 그렇다면 어떤 책이 작업에 도움을 줬는지 궁금했다. 김은주 작가의 답은 <꿀벌과 천둥>. 최근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이라고 했다. 이 책은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한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들의 뜨거운 경쟁을 그려낸 소설이다.
김 작가는 "화면해설작가는 시각을 청각으로 전달한다"며 "활자로 음악을 설명하는 이 소설은 거꾸로 청각을 시각화하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언뜻 화면해설작가의 작업과 책이 정반대인 것 같지만, 둘다 정보를 다른 감각으로 바꿔 전달하는 일이라 통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 작가는 <단지, 있는 그대로>를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꼽았다. 이 책은 서울여대 시각장애인 인권 프로젝트 팀 ‘훈맹정음’이 시각장애인 7인을 인터뷰해 쓴 책이다. 이 작가는 "화면해설작가로 일하다 보면 '내가 시각장애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해 끊임 없이 의문을 갖게 된다"며 "이 책을 통해 '이토록 다양한 시각장애인들이 있구나' 하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했다.
이 책은 독립출판물이라 현재 구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 책의 주제는 언제나 유효하다. 시각장애인들 역시 비시각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주체적이고 다채롭게 각자의 삶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것. 저마다의 취향으로 삶을 가꾸는 사람들이고, 그럴 권리가 있다는 것. 화면해설작가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매일 화면해설 방송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유다.
홍미정 작가는 다섯 명의 저자를 대표해 머리말에 이렇게 썼다. "본다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풍경을 그리는 일과 같을 것이다. 볼 수 없는 이들과 이 세상 모든 것을 함께 '보기' 위해, 저 영화를 직접 볼 수 없어도 우리들의 원고를 통해 영화 속 장면들이 그분들의 마음속에 그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이 책을 통해 화면해설 방송이, 그리고 화면해설작가의 고되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더불어 화면해설 방송이 더욱 많이 제작돼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각장애인분들의 귀에 가닿기를 바랄 뿐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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