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쓰나미·美 총기사고 '잦은 재난' 맞춤훈련…韓 위급상황 실습 태부족
韓 군중밀집때 대처법 없어
테러·화재도 6회만 가르쳐
◆ 이태원 대참사 ◆
교육당국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종합대책을 내놨지만 8년 만에 대형 인명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중·고등학교 학생은 물론 교사까지 희생자 명단에 포함되면서 학교 안전교육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5년 2월 생활안전, 교통안전, 폭력예방·신변보호 교육, 약물·사이버중독 예방 교육, 재난안전, 직업안전, 응급처치 등을 골자로 한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을 발표했다. 안전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발달 단계에 따라 체계적인 안전교육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표준안에 따라 국내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은 매년 학년별로 51차시(차시당 40~50분 기준)의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초등학교 1~2학년생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1시간씩 총 64시간 과정의 '안전한 생활'이 창의적 체험활동에 도입됐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는 보건, 체육 등 관련 교과에 안전 단원이 신설됐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와 같은 군중 밀집 지역에서의 대처 방안은 표준안에 담기지 않았다. 특히 재난안전교육에는 화재, 폭발, 테러사고, 홍수, 태풍, 지진, 한파 등에 대한 대처 요령이 담겼지만 교육 시간은 6차시에 불과했다. 성신여대 학교안전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교과별 안전교육 관련 내용 요소를 집중적으로 재구조화하는 교육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우리보다 한발 앞서 지역사회, 전문가와 협력해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모든 주에서 초·중등학교 안전교육을 정규교육과정에 편입했다. 화재예방협회, 재난관리처 등과 협력해 안전 매뉴얼을 보급하는 동시에 지역 특색에 맞는 체험식 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총기 사고 피해 방지 등 안전교육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고등학생은 각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재난을 직접 조사하기도 한다.
미국 중학교의 경우 교장과 학부모들 간 만남의 자리를 개최하면서 총기 안전교육에 대한 정보를 학부모들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총기를 지닌 사람이 학교 주변에서 발견되어 경보가 울리면 교실 커튼과 문을 닫고 각자 정해진 교실 바닥에 쭈그려 앉아 숨소리도 안 들리게 머물라는 훈련을 받는다. 독일은 연방사고보험에서 집계한 학생 사고 통계를 바탕으로 가장 자주 발생하는 사고 분야에 초점을 맞춰 맞춤형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에선 각 학교가 지역사회, 방재 전문가 등과 협력해 방재 체제를 구축했다. 또한 지역마다 방재체험관을 설치해 학생들이 지진과 쓰나미 등 여러 재난을 가상으로 겪어 보면서 스스로 대처하는 법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일본 소학교 교과서에는 방재 관련 내용이 집중적으로 나온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을까' '지진이 일어나면 누가, 어떤 활동을 할까' 등 주제별로 관련 내용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지진이 발생하면 학교나 유치원은 아이들을 무조건 귀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가 올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학생뿐 아니라 지역민 모두가 학교를 피난소로 이용하도록 훈련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박윤구 기자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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