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도 브릭스도…돌아온 룰라에 국제사회 앞다퉈 '러브콜'(종합)
'최대 교역국' 중국 "포괄적 동반자 관계, 새 차원으로 발전"
러시아 "높은 정치적 권위 확인…전 분야 건설적 협력 진전 희망"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30일(현지시간) 브라질 대통령선거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중남미 최대국인 브라질의 위상을 반영하듯 미국, 유럽 등 서방과 중국, 러시아, 인도 등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국가가 앞다퉈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룰라 당선인은 2003∼2010년 대통령직을 연임한 데 이어 이번에 또 당선돼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3선에 성공했다.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은 룰라 당선 확정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환영 메시지를 띄우며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반(反)서방, 친(親) 러시아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우익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67) 현 대통령의 재선을 룰라가 저지했다는 안도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유럽 지도자들은 축하 메시지에 선거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했음을 강조하는 내용을 포함시킨 경우가 많았다. 선거에서 패한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 측이 '부정선거'나 '선거불복' 주장을 펴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룰라 당선인에게 내내 밀렸던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은 그간 전자투표기기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처럼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내비쳐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일 저녁 룰라 후보가 당선된 직후 "자유롭고 공정하고 믿을만한 선거를 거쳐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축하한다"며 "앞으로 여러 달, 여러 해 동안 양국 사이의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 함께 일하게 될 것을 고대한다"며 축하했다. 이 메시지는 백악관 홈페이지로 공개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트위터로 "브라질 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해 브라질 민주주의의 힘을 재확인한 점을 축하한다"며 "우리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이어가면서 "민주적이고 번영하며 공정한 반구(아메리카대륙이 속한 서반구를 가리킴)"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브라질 함께 브릭스 회원국인 중국과 러시아, 인도에서도 즉각 축하 메시지가 나왔다.
브라질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은 외교부 성명에서 "중국은 룰라 당선인이 이끄는 새 브라질 정부와 협력, 양국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며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브라질이 새로운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선거로 룰라의 높은 정치적 권위가 확인됐다며 양국간에 '건설적 협력'의 진전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룰라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양국 관계의 증진과 글로벌 현안에 있어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집권 이래 브릭스는 반(反) 서방 성향을 보여 서방 측의 우려를 사 왔다. BRICS는 최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집트 등의 가입도 검토중이다.
이밖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룰라 후보의 당선 확정이 발표된 지 불과 몇 분 후에 이번 선거로 브라질 역사에 새 장이 열렸다며 트위터로 축하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는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여러 공통된 도전에 대응하고 우정의 연대를 새롭게 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며 국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룰라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하며 세계 경제 발전부터 천연자원 보호, 민주주의 가치 증진에 이르기까지 양국의 공동 관심사에서 협력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브라질에서 효율적이고 투명한 선거관리로 "평화롭고 질서 있는 선거"가 치러졌다며 3기 룰라 정부에서 EU와 브라질 사이의 관계가 진전되기를 희망하는 뜻을 밝혔다.
독일, 캐나다, 호주, 스페인, 포르투갈 등 서방 주요 국가들도 룰라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민주주의와 환경 보호 등 주요 글로벌 이슈에서 협력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브라질과 가까이 있는 라틴아메리카 국가 지도자들도 잇따라 룰라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좌파 또는 중도좌파가 최근 집권한 나라로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 등이 꼽히며 이번에 룰라 당선으로 브라질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당신(룰라)의 당선으로 라틴아메리카 역사의 새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자유롭고 주권을 보유하고 독립된 국민들 만세"라며 "오늘 브라질에서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환호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룰라가 승리했다. 브라질 국민은 복을 받았다. 평등과 인간존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와 칠레, 볼리비아 대통령도 룰라의 당선을 반겼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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