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세대 패키징 기술확보 '승부수'···파운드리 경쟁력 높인다

강해령 기자 2022. 10. 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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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TSMC, 반도체 '오월동주']
반도체 후공정 급성장에 의기투합
열린 생태계 통해 시장파이 키우기
美, 대중 반도체 견제 동참 포석도
[서울경제]

삼성전자·인텔·TSMC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회사들이 라이벌 간 패키징 동맹을 구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각 업체들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경쟁 업체와 이해관계만 맞다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또 ‘칩4’ 국가인 한국·미국·일본·대만 정부는 반도체 패키징 강자들의 인프라를 현지에 유치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올 3월 인텔은 삼성전자·TSMC 등 반도체 제조사와 유니버설칩렛인터커넥트익스프레스(UCLe)라는 컨소시엄을 조직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3대 반도체 기업 외에도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클라우드·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참여한다. 컨소시엄은 새로운 표준인 UCLe를 만들어 패키징 분야에서 기업 간 협업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9월 “3대 대형 반도체 기업과 80개가 넘는 선도 기업이 UCIe 컨소시엄에 합류했다”며 “한때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반도체 라이벌 업체 간 패키징 협력은 각 반도체 업체들이 미래 패키징 기술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패키징 공정은 회로가 만들어진 웨이퍼를 칩 크기로 자르거나 오염으로부터 보호하는 물질을 씌우는 작업을 뜻한다. 반도체 후(後)공정이라고도 불렸던 패키징 기술은 그간 전(前)공정보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기술로 간주됐다. 지금까지 반도체 개발은 한정된 칩 면적에 트랜지스터를 더 많이 집적하는 전공정에만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기업들은 회로 미세화를 구현하는 것이 어렵게 되자 여러 개의 칩을 한 개의 칩처럼 동작하게 하는 후공정 기술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내년 574억 원 규모로 예상되는 반도체 패키징 시장이 2년 뒤인 2025년에는 649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들은 열린 생태계 구축을 통해 시장 파이를 키워 원가를 낮추는 것이 독자 기술 개발보다 더욱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해 동맹을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러한 흐름은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 아래 파운드리 사업을 육성하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3㎚(나노미터·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 세계 최초 양산 등으로 파운드리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인텔·TSMC가 확보하고 있는 차세대 패키징 공정에 비해서는 투자가 부족했고 경쟁력 역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TSMC는 세계 굴지의 반도체 설계 회사인 AMD·엔비디아 등과 차세대 패키징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뚜렷한 결과물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며 “패키징 강자들과의 협력이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패키징 분야의 중요성이 업계 안팎으로 알려지면서 칩4 국가 정부들이 동맹국 주요 업체들의 패키징 인프라 구축 지원에 적극 나서는 모습도 눈에 띈다.

한 예로 반도체 소재 강자들을 다수 보유한 일본은 TSMC와의 적극적인 공조를 시도하며 패키징 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다. TSMC는 ‘3D패브릭얼라이언스’ 구축 외에도 첨단 소재 기업들이 몰린 일본과 인프라 구축 협력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회사는 일본 이바라키현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내에 370억 엔(약 3566억 원)을 들여 패키징 연구개발(R&D)센터를 건설한다. 이곳에서 TSMC는 3차원 집적 회로 재료 연구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TSMC의 신규 R&D센터 구축을 위해 190억 엔을 지원한다. 또 JSR·이비덴·쇼와덴코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소재 업체들과 TSMC가 함께하는 패키징 소재 개발 프로젝트 출범도 주도했다.

미국 역시 SK하이닉스의 반도체메모리 패키징 공장 건설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상으로 만나 “SK그룹은 미국에서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분야에 220억 달러(약 30조 원)를 새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 가운데 150억 달러를 반도체 패키징 공장과 연구개발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2025~2026년께 이 공장이 가동되면 현지에서 1000여 명의 고급 인력 고용 창출이 가능한 만큼 미국 정부의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요국들의 인프라 지원에 대해 “칩4 국가들의 패키징 동맹은 반도체 업체를 활발하게 육성 중인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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