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경찰관에만 조용히 열린 이태원 빵집 “해드릴 게 이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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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구급대원, 경찰분들께는 커피와 음료 무료로 제공합니다."
점주 오은희(42)씨가 사고 다음 날인 30일부터 소방관, 경찰 등 참사 관련 업무에 나선 공무원들에게 무료로 음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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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등 공무원 음료·공간 무료 제공
“소방관, 구급대원, 경찰분들께는 커피와 음료 무료로 제공합니다.”
이태원 참사 현장과 불과 240m 떨어진 빵집 뚜레쥬르 이태원점 카운터에 쓰여진 글귀다. 가게 입구에는 다음달 5일까지 휴점한다고 적혀있지만, 참사 현장 수습 및 관리에 나서고 있는 공무원들은 제외다. 점주 오은희(42)씨가 사고 다음 날인 30일부터 소방관, 경찰 등 참사 관련 업무에 나선 공무원들에게 무료로 음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31일 <한겨레>와 만나 “사고 당일 손님 한 분이 커피를 사러 오셨는데 소방관분들 드린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가져가시라고 했다”며 “그 이후로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일식집을 운영하다가 3년 전 이태원에 이 가게를 열었다.
현재 이태원 참사 지역 가게들은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5일까지 휴업에 나서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이들 가게는 휴업 안내문을 내걸었다. 휴무에 동참하는 가게들은 100여곳에 이른다. 오씨도 휴업 안내문을 입구에 부착했지만, 가게 안에 사람들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일반 손님들도 계속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오씨는 “죄송합니다. 오늘 영업 안 해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비용이 많이 나가지 않냐”는 질문에는 “일주일 정도 할 뿐이다.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씨는 참사 당시의 상황도 들려줬다. 그는 “참사 현장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울음소리나 비명이 매장까지 들렸다. 부상자들이 저희 가게 앞쪽에 앉아서 구토하기도 했다”며 “사고가 난 시점에 경찰, 소방관분들이 출동하려 해도 사람들이 길을 안 비켜주니까 엄청 힘겨워했다. 노력을 많이 하셨는데 질책만 받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그는 이태원에서 장사하는 업주 입장에서 이번 참사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오씨는 “각자의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조용히 지원해 드리는 것밖에는 생각나는 게 없었다”며 “유가족 분들의 마음을 다 헤아리기는 어렵겠지만, 이태원 상인들도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 더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씨는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11월5일까지 소방, 경찰 등 공무원에게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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