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가뭄에 CP금리 또 연중 최고···"금주내 정책효과 가시화" 분석도
A1급 CP 91일물 금리 4.63%
정부 대책 발표 이후 38bp 상승
국고채 3년물은 31bp↓ 진정세
"기관매수 돌아와야 안정" 전망
최근 1주간 정부와 한국은행이 벌인 자금 시장 안정을 위한 총력전 덕에 국채와 회사채 시장은 숨통을 틔웠으나 기업어음(CP) 금리는 연일 연고점을 찍으며 상승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기관들의 CP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돼 거래 자체가 말라붙은 점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업계에서는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적극적인 매입과 더불어 기존 매수 주체였던 기관들의 투심이 회복돼야만 단기자금 시장의 분위기가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A1급 CP 91일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63%로 거래를 마쳤다. CP 금리는 9월 21일 이후 쉬지 않고 매일 연중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2009년 1월 19일(연 4.64%) 이후 약 13년 9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CP 금리는 당국이 릴레이 회의를 통해 연속적으로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를 내놓았던 지난주에도 예외 없이 줄곧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 기간 CP 금리의 상승 폭은 38bp 수준이다.
한편 국고채·회사채 등은 이날은 상승했지만 안정화 조치 효과를 일부 소화하며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7.3bp 뛴 연 4.185%를 기록했는데 안정화 조치가 나오기 직전 거래일인 21일(연 4.495%)과 비교하면 31bp 떨어졌다. 낙폭이 제법 큰 셈이다. 이날 4.242%에 마감한 10년물 금리 역시 같은 기간 39bp 내렸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AA-급 3년물이 이날은 9.3bp 오른 연 5.580%에, BBB-급 3년물은 8.7bp 상승한 연 11.424%를 기록했지만 21일 종가와 비교하면 각각 15.6bp, 16.7bp씩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CP 거래 자체가 말라붙어 금리가 진정세를 탈 수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금융 당국이 채안펀드를 통해 CP·전자단기사채 등을 중심으로 매입에 착수했다고는 하지만 기존에 거래량을 소화하던 기관들의 매수세가 돌아오지 않는 이상 눈에 띄는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날도 유진투자증권(A2+) 등 증권사의 전단채 3개월물 금리가 6.3%까지 치솟는 등 단기자금 시장 전반으로 금리 급등세가 이어졌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기관들 사이에 우려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CP 매수는 당분간 피하자, 사더라도 나중에 사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발행 수요야 많지만 매수자는 찾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0월 한 달간 단기자금 시장에서 원화 표시 CP 순 발행액은 -6조 7105억 원을 기록했다. 순 발행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새로 발행하거나 차환한 양보다 만기가 돌아와 현금으로 상환된 CP의 양이 더 많다는 의미다. 단기자금 조달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CD·CP 간 스프레드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달 초 3bp 차이에 불과했던 CD·CP 91물 스프레드는 이날 67bp 수준으로 20배 넘게 벌어졌다.
한편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에 안정화 조치를 통한 유동성이 꾸준히 공급되고 투심이 개선되면서 가시적인 효과가 한번 나타나기 시작하면 금리 안정세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으로 단기자금 시장 유동성 공급에 직접 나서는 만큼 이번 주부터 개선 흐름이 감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채 등 크레디트 시장에서 투심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28일에는 우려 속에서 회사채 입찰을 진행했던 교보증권이 완판에 성공하며 총 3000억 원 발행을 확정지었다. 김상만 하나증권 채권파트장은 “지난주까지 긴가민가하던 매수 주체들이 일부 회사채 발행에 적극 참여하는 등 투심 개선세는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CP 시장으로 확장되면서 이번 주 내로 금리 진정 신호가 조금씩 나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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