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서 돌아오지 못한 청년들…"못다한 삶 어찌 위로하나"(종합)
"좋은 곳에서 영면하길" 합동분향소에 추모객 줄이어
(광주=뉴스1) 최성국 정다움 이수민 이승현 기자 = 꿈 많던 청년들이 '이태원 참사'로 숨지면서 유가족은 물론 시민들도 큰 슬픔에 잠겼다.
31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가 차려진 광주·전남지역 장례식장은 고인의 가족과 친지들의 안타까운 눈물로 채워졌다.
취업차 서울로 상경한 19세 '귀여운 막둥이'부터 정규직 전환을 앞둔 사회초년생 '첫째 공주', 엄마에게 볼 뽀뽀를 하던 대학생 '우리 아들'까지 꿈 많던 젊은 청년들이 서울 이태원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지역 최연소 희생자인 A양(19)의 유족은 참사 직전 고인과 나눴던 메시지만 재차 따라 읽으며 자식 잃은 아픔을 달랬다.
전남에서 미용 관련 고등학교를 졸업한 A양은 올해 6월 서울 강남에 있는 미용실로 이직했다.
지난 여름 휴가 때는 고향으로 내려와 가족들에게 용돈 봉투를 건넸고, 백발이 된 아버지의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해줬다.
아버지의 휴대전화에 '귀여운 막둥이♡'라고 저장된 고인은 당일에도 "아빠 사랑해", "예쁜 딸래미지?"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사고 발생 10시간 전 고인은 직장동료와 찍은 4컷의 사진도 보냈고, 전날에는 핼러윈에 입고 갈 복장이라며 교복 사진을 찍어보내기도 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사랑한다고 메시지 보낸 딸에게 무뚝뚝하게 '응'이라고 답장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며 "무슨 수를 써도 우리 딸이 돌아오는 건 아니지 않느냐. 사진을 더 찍어둘 걸 그랬다"고 울먹였다.
광주 북구 한 장례식장에 안치된 B씨(27·여)도 참사 당일에도 어머니와 연락하는 등 '싹싹하고 착한 딸'이었다.
간호 보조로 근무하며 한푼두푼 돈을 모아 스스로 지역 보건대학교에 입학한 B씨는 2년 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 간호사로 취직하는 등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중이었다.
그는 목포에 사는 친구와 함께 서울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B씨와 동행한 친구는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광산구에 안치된 23세 여성 오모씨의 어머니는 여전히 딸의 사망 소식을 믿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사고 당일 오후 6시에 통화했다. 지하철이라고 조용히 속삭이면서 '은행원 정규직 필기시험 합격한 기념으로 놀러 간다'고 했다"며 "너무 기뻐서 잘 다녀오라고 했는데 어떻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회초년생 오씨는 지난 2월 계약직으로 은행에 취업했다. 얼마 전에는 정규직 전환 채용시험에 응시,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정규직이 되면 고향인 광주로 발령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가족들은 다음주 고향을 찾을 딸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오씨와 함께 이태원 축제에 갔다가 참변을 당한 김모씨(23·여)는 같은 장례식장에 나란히 빈소가 마련됐다.
이들은 친자매와 다름없는 십년지기 단짝 친구였다. 오씨와 함께 상경해 백화점에 다닌 김씨는 3개월 전 취업해 최근 승진을 했다. 취업과 승진을 기념하기 위해 이태원을 찾은 이들의 휴대폰에는 사고 전 행복하게 찍은 사진들이 남겨져 있다.
이들처럼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광주지역 연고 사망자는 7명, 전남지역 사망자는 3명으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광주 연고 사망자는 90년대생이 5명, 80년대생이 1명, 70년대생 1명 등이다.
성별로는 남성 4명, 여성 3명이다. 전남은 10대 여성 1명과 20대 여성 2명이 사망자로 분류됐다.
안타까운 참변을 당한 이들의 영면을 기리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찾는 시·도민들의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전남도는 이날 오전 도청 만남의 광장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합동분향소에서는 누구나 조문할 수 있으며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이날 오후 6시부터는 광주시청 앞에도 시민 분향소가 설치된다.
시민단체인 광주세월호상주모임과 청소년촛불모임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차렸다.
시민분향소는 11월5일 오후 8시까지 된다. 유족들의 상황을 고려해 영정사진과 위패 안치는 생략되며 입구에 별도의 조문록을 비치한다.
가장 먼저 분향소를 찾은 김민지(73·여), 임순재(46·여) 모녀는 "전부 우리 애들, 내 새끼 같은 젊은 애기들이 피해를 봤다"며 "못다한 삶을 어찌 위로하겠냐. 부디 다음 생엔 안전하고 좋은 데서 태어나서 고통없이 살길 바란다"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대전에서 광주 여행을 왔다가 분향소를 찾은 오모씨(48·여)는 분향소 앞에서 서서 한참을 울었다.
그는 "우리 딸이 스물여섯, 아들이 스물셋이다. 다 키워놓고 한창 예쁠 때 죽은 청년들이 너무 안타깝다"며 "그 엄마 아빠 속을 어찌 우리가 가늠하겠냐"고 말했다.
한편 광주 이태원 참사 사망자 가운데 20대 여성 2명에 대한 발인은 11월1일 낮 12시40분과 오후 2시에 새로나추모관과 영락공원에서 각각 처음으로 치러진다.
star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무인사진관서 성관계한 커플…"바닥엔 체모·체액, 청소하는데 현타오더라"
- '통아저씨' 이양승 "70년전 친모, 시부 몹쓸짓에 나 버리고 가출"
- 연쇄살인마 유영철 "밤마다 희생자 귀신들 나와 잠 못자" 괴로움 호소
- 성유리 "억울하다" 했지만…남편 안성현 징역 7년 구형에 벌금 20억·추징금 15억
- 유비빔, 불법영업 자백 "무허가 식당 운영하다 구속돼 집유…죄송"
- 짧은 치마 입은 여성 졸졸 쫓아간 남성, 사진 찍고 차량 틈에서 음란행위
- "오빠~ 아기 나와요"…'최애 가수' 콘서트장서 출산한 여성 팬
- 김민희 "10년만에 이혼 밝힌 이유? 남자들 다가올까봐…지인 남편도 만나자더라"
- 로버트 할리, 콩나물더미 내팽개쳐…아내 명현숙 오열
- 지하철서 맞은편에 불빛 쏜 노인…"젊은 여성 상대로만 하는 듯"[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