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놀란 여당…'안전 인프라' 예산 잡는다
여야 지도부 합동분향소 조문
주호영 "협조 약속 野에 감사"
與, 사적모임·음주 자제 당부
尹, 5일까지 출근길 문답 중단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번 예산국회에서 국가·사회 안전망을 전면 재점검하겠다"며 "안전 기준을 선진국 기준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고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후 합동분향소 조문에서도 "사회 안전 시스템을 철저하게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일체의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 대책에 전적으로 협조하기로 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께 감사드린다"며 "필요한 협력은 요청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639조원의 내년 정부 예산안 심사에 들어갔다. 국회에선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려 여야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논의했다.
그동안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대선 자금 수사와 서해 피살 공무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로 강대강 대결이 이어지던 여야 지도부가 상호 협조에 감사를 표하는 등 모처럼 초당적 협력으로 나아가는 분위기가 형성돼 정쟁이 아닌 정책에 입각한 예산안 심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특히 정치 구호성 현수막 직접 철거를 포함한 당 차원의 행동수칙을 배포하고 각별한 언행 주의를 당부했다. 정부가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집권 여당 차원에서 집안 단속에 나서며 잡음이 발생하는 일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조직국이 당협위원장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등을 대상으로 배포한 행동수칙에 따르면 불필요한 공개 활동이나 사적 모임을 가능한 한 취소하고 음주 행위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게시 등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또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축제성 행사뿐 아니라 당 주최 행사도 가능한 한 순연하길 주문했다. 정 위원장은 "국가애도기간에 우리는 슬픔을 함께 나누고 기도해야 하는 만큼 그 뜻을 전 당원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검은 리본을 당 차원에서 각 의원실로 배포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 직후 비대위원들과 함께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회의에서 정 위원장은 "이태원 핼러윈 사고로 154명의 젊은이들이 귀한 목숨을 잃었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 중상자 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 현장에도 시민정신은 살아 있었다. 사고 직후 도착한 119구조대 손이 모자라자 수백 명의 시민이 사상자에게 달려들어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더 많은 사람이 피해자들의 손과 발을 주물렀다"며 "사고 수습을 위해 몸을 던진 소방관, 경찰관, 의료진 그리고 많은 시민의 헌신적인 노고에 마음으로부터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주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1일 별도로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조문할 예정이다. 지도부 외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이날 함께 조문할 계획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애도기간인 5일까지 기자들과의 출근길 문답, 일명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밤늦게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야 할 국가 애도의 기간,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통보했다. 이어 "지금의 아픔과 충격을 가족의 마음으로 함께 나눠주시고 있는 언론인 여러분들도 널리 양해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 / 추동훈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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