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룰라…사상첫 중남미 주요 6개국 모두 좌파 집권

최현재 2022. 10. 31.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대선 1.8%P差 신승
2000년대 경제호황 향수 자극
12년만에 재집권 '첫 3선' 탄생
극단적 민심분열 치유 과제
멕시코·콜롬비아 등 좌파 집권
'룰라 실용좌파'로 협력 가속
30일(현지시간) 열린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가운데)이 당선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화 = 연합뉴스]
중남미 좌파의 '대부'로 유명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77)이 30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꺾고 12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로써 룰라 전 대통령은 브라질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3선 고지에 오르게 됐다.

아울러 중남미 주요 6개국(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콜롬비아, 칠레)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돼 제2의 '핑크 타이드'가 완성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노동자당 소속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서 특표율 50.9%로 49.1%의 자유당 소속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신승을 거뒀다. 득표율 격차는 불과 1.8%포인트에 불과해 1989년 브라질 직선제 시행 이후 가장 적었다.

유력한 제3의 후보 없이 좌파·우파를 대표하는 인물 간 1대1 구도로 선거가 치러져 극단적으로 분열된 표심이 득표율에 반영된 것이다. 지난 2일 룰라 전 대통령의 근소한 우세로 끝난 대선 1차 투표에서도 양 후보 간 득표율 차이는 5%포인트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접전을 펼친 바 있다.

이날 룰라 전 대통령은 당선 연설을 통해 "2023년 1월부터 나는 나에게 투표한 이들뿐 아니라 2억1500만명 브라질 사람 모두를 위해 일할 것"이라며 "브라질은 두 개가 아니다.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며, 하나의 위대한 국가"라고 밝혔다. 극단적으로 분열된 민심을 의식한 듯 국민 통합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CNN은 "룰라의 가장 큰 도전은 정치적으로 분열된 국가를 통합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룰라 전 대통령의 귀환은 현 보우소나루 정부의 실정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당선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약 70만명의 사망자 발생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10%를 넘는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 급증으로 지난해에는 탄핵 위기마저 맞았다. 연이은 실정으로 브라질에서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960만명이 빈곤층으로 추락했다. 이에 2003~2010년 원자재시장 호황으로 연 평균 4% 내외 성장률을 기록하며 불평등 해소와 빈곤 타파에 나섰던 1·2기 룰라 정부 시절을 그리워하는 유권자들의 향수가 룰라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룰라 전 대통령도 이번 대선 선거 공약으로 사회복지 확충과 최저임금 인상, 부자 증세 등을 내세우며 향수를 자극했다.

티아고 암파로 브라질 FGV 경영대학원 법·인권학 교수는 CNN에 "많은 유권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룰라 정부 시절 더 나은 경제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투표장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제 살리기를 위한 룰라 전 대통령의 여정은 가시밭길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여전히 브라질은 자유당이 의회 다수를 장악하고 있으며, 과거 룰라 정부 시절보다 경제는 더 나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의 재집권은 역내 정치 지형에도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 등에서 잇따라 좌파 정권이 집권한 데 이어 경제규모 세계 12위인 '남미의 맹주' 브라질마저 좌파 물결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특히 룰라 전 대통령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남미에 일렁였던 '핑크 타이드'를 일으킨 핵심 인물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중남미 지역에 '제2의 핑크 타이드'가 완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만연한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좌절감을 느낀 중남미 유권자들이 주류 정당을 버리고 사회 복지 공약을 따르게 되면서 '핑크 타임'이 다시 찾아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룰라 전 대통령은 국제 무대에서 브라질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에 나서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특히 남미 5개국이 참여하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브릭스(BRICS) 등 지역 블록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합의된 유럽연합(EU)·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을 불평등 협상으로 규정하고 재협상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브라질이 다른 남미 국가들과의 통합과 협력 노력을 가속화하고, 국제 무대에서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룰라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불거진 아마존 우림 훼손 논란 등 기후 위기 대응에도 목소리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암파로 교수는 "룰라 전 대통령은 국제 무대에서 브라질을 고려해야 할 강국으로 바꿔놓으려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현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