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사건 SI, '배포용' 60여건 삭제…원본은 남았다
2년 전 서해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 사건 당시 군 정보기관이 수집한 SI(특수정보), 즉 북한군의 통신을 감청한 내용에 '월북'을 의미하는 표현이 2번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과 관련된 SI는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에 올라왔다가 삭제됐는데, 다른 부대에서 열람할 수 있는 '전파용' 60여 건이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원본은 777사령부에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새롭게 등장해 문제가 되고 있는, 이대준씨가 간체자 한자로 쓰여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군 정보기관은 "사실이 아니다"며 "이를 알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31일 오전 열린 국방정보본부, 777사령부, 정보사령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혔다.
먼저 윤건영 의원은 "'월북'이라는 표현과 관련해 정보본부에서는 SI에 2회 이상 나온다고 했다가, 나중에 2회라고 다시 이야기했다"며 "질문 취지에서 1회, 답변 취지에서 1회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유상범 의원은 "북한군 당국자들의 질문과 답변 중에서 질문에서 '월북', 답변에서 '월북'이 나왔다"며 "이대준씨 목소리가 거기 있는 것이 아니고, 북한군과 관련된 통신 속에서만 확인이 됐다는 이야기다. 간접적인 내용 전달이다"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6월 23일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가 국방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하태경 의원은 기자들에게 북한 경비정이 상부에 이대준씨 관련 사실을 보고했는데 이 과정에서 7시간 동안 감청된 내용은 약 700페이지 남짓이고 '월북'이라는 단어는 그 가운데 한 번만 나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윤 의원은 "SI 첩보에는 북측에서 이대준씨를 구조할지 말지를 논의하는 정황이 있었다"며 "2020년 사건 당시 국회 국방위에서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이 보고를 한 내용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정보본부가) 이렇게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 전 장관이 MIMS에 등재된 첩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다. 관련해서 유 의원은 "MIMS 체계상에 전파용으로 등재된 SI 60여건 전부가 삭제됐다"며 "전파용(보고서)을 등재했는데 삭제가 되면, 수백 군데 배포선이 있는데 아예 보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의원은 "MIMS에 올리기 전의 원본은 777사령부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SI는 정보본부 또는 그 산하부대에서 생산해 MIMS에 등재, 해당 정보를 필요로 하는 관련 부대에 배포하는데 '배포용'이 삭제됐고 '원본'은 이를 생산한 777사령부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얘기다.
관련해서 합동참모본부 김준락 공보실장(육군대령)은 지난 7월 7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보의 원본이 삭제된 것은 아니다"며 "MIMS에 탑재된 민감한 정보가 직접적인 업무와 관계없는 부대까지 전파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MIMS는 여러 가지 운용체계 가운데 작전상, 군사적 목적상 고도의 보안 유지가 필요한 정보를 유통하기 위한 체계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며 "거기에 필요한 정보가 필요한 부대나 필요한 기관으로 가서 활용이 되는데, 이런 민감한 정보가 직접적인 업무와 관계없는 부대에 전파되지 않도록 조처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건영 의원의 설명은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그렇더라도 SI의 민감성을 감안해 보면 처음부터 이를 배포할 때 MIMS를 통해 관련이 있는 부대에 배포했을 텐데, 왜 뒤늦게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한편, 감사원의 사건 관련 감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대준씨가 '한자가 새겨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최근에 알려졌다. 검찰은 이 한자가 중국 본토에서만 쓰이는 '간체자'로 파악한 것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윤 의원은 "'관련 부분(간체자 한자)은 사실이 아니다, 알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는 답변이 있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유 의원은 "정확히는 정보본부에서 '간체자인지 여부를 사실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단 정보본부는 정보위에 해당 조끼에 쓰여진 글자가 한자인 것은 맞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이 조끼와 관련해 당시 주변에 있었다는 '중국 어선들'에 대해서도 정보본부가 "NLL 북쪽에 중국 어선과 북한 어선이 다수 있었는데, 어느 어선인지 특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해당 조끼와 관련해 이씨가 생전에 중국 어선에 탑승했다가 내렸는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었기 때문에 나온 질문답변으로 보인다.
윤건영 의원은 "중국 어선에 탑승했는지 여부를 말한 것이 아니라, 어선을 특정할 수가 없다는 취지였다"고 덧붙였고 유상범 의원은 "'어선이 많이 있었지만 탔는지 타지 않았는지 특정할 수가 없었다'는 답변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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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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