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반도체 겨울…10월 D램값 22% 급락

D램 익스체인지 분석
수요침체로 반등 쉽지않아
낸드 가격도 6개월째 하락

국내 반도체 산업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주요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고정거래 가격이 10월에만 22% 급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31일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0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2.85달러)보다 22.46% 하락한 평균 2.21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10월 가격인 3.71달러와 비교해도 40%가량 하락한 수치다. 한 달간 D램 가격이 20% 급락한 것은 최근 2년 새 처음이다.

D램 가격은 지난해 7~8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4.1달러까지 치솟았던 D램 가격은 작년 9월 이후 꾸준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에도 한 달 새 14%가 떨어진 뒤 보합세를 보이다가 이번에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반적인 수요 침체 속에 3분기부터 D램 업체들 재고가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포스는 "10월 상위 3개 D램 업체(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가 4분기 계약 협상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3분기보다 경쟁이 치열했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의 다른 한 축인 낸드플래시(128Gb 기준)도 전월 대비 3.73%가량 하락한 4.14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5월부터 하락 추세로 전환한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은 매달 2~3%가량 계속 떨어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징후와 함께 PC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산업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라면 4분기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치킨 게임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수요 위축과 공급과잉으로 반도체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1위 사업자가 감산을 하지 않으면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4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압도적 1위 업체다.

삼성전자는 다른 업체보다 원가 경쟁력이 앞서기 때문에 버틸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2위 SK하이닉스와 3위 마이크론은 삼성이 가격 조정에 동참하지 않으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앞서 2000년대 중반 치킨 게임에서는 독일과 일본의 D램 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모두 사라졌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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